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정태 5

7번방의 선물

여러가지 말이 되지 않는 소소한 것들은 영화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설정 자체가 황당한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환경 감독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그런 영화다. 억울하게 사형수 누명을 뒤집어 쓴 아빠를 위해 홀로 남겨진 아이를 감방에 데려와 함께 살면서 눈물 콧물을 빼는 드라마다. 아이를 물건 차입하듯 감옥에 데려와 함께 산다는 설정 자체가 황당하다. 영화니 그럴 수 있다고 치면,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가 돼버린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상상으로 받아들이면 '반지의 제왕'이나 '엑스맨'과 다를 게 없다. 그만큼 영화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기에 TV 막장드라마처럼 이야기 구조 자체가 취약하고 작위적이다. 살인범 누명을 쓰는 상황은 그렇다 쳐도 주인공의 상태를..

영화 2013.03.02

내 아내의 모든 것 (블루레이)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은 소통을 다룬 영화다. 부부가 어느 순간 대화가 줄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영화 속 아내(임수정)는 대화의 단절로 침묵이 찾아드는 외로움을 못견뎌 끊임없이 독설을 내뱉고, 아내가 왜 달라졌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선균)은 아내의 잔소리가 지겨워 헤어질 궁리를 한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를 죽여달라고 부탁한 '마누라 죽이기' 처럼 아내를 떼어내기 위해 희대의 카사노바(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설정부터 코믹한 영화는 맛깔스런 대사와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결코 억지 웃음이 아닌 허를 찌르는 유머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카사노바를 연기한 류승룡의 시침 뚝 뗀 진지한 연기는 압권이다. 새삼 코믹 ..

방가 방가

육상효 감독의 영화 '방가 방가'(2010년)는 독특한 코미디다. '아이언 팜' '달마야 서울가자' 등 육 감독의 전작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과정을 희화화해서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에 그가 고른 소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여기에 요즘 청년 실업 문제를 붙였다. 주인공 방가(김인권)는 취업이 잘 안되다 보니 부탄 사람 행세를 하며 외국인 노동자로 공장에 취업한다. 여기서 영화는 청년실업과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맞부딪친다. 즉 외국인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으로 국내에 들어와 일하면서 일자리를 잠식하는 문제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저임금 취업이 반드시 일자리 잠식과 연계되는 지 짚어봐야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사람들이 힘들어 기피하는 3D 업종에 ..

완벽한 파트너

연애가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을까. 창작의 영감을 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박헌수 감독의 '완벽한 파트너'(2011년)는 이를 소재로 다룬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한계에 부딪친 시나리오 작가와 요리연구가가 젊은 피들과 연애를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아이디어의 물꼬를 트는 이야기다. 창작의 고통이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것은 감독의 경험이 많이 반영됐기 때문. '결혼이야기' '싱글즈' 등 히트작들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감독은 시나리오 강사 시절 가르친 방법들과 요리 강사인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녹여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창작의 원천이 연애라는 점이다. 당연히 섹스가 주를 이루다 보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것도 나이 차이 나는 선생과 제자..

원더풀 라디오

같은 라디오를 소재로 어쩜 이렇게 극 과 극에 놓인 작품을 만들었을까. 권칠인 감독의 '원더풀 라디오'(2012년)를 보면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가 떠오른다. '원더풀 라디오'는 왕년 인기 걸그룹 멤버였으나 지금은 한 물 가서 DJ만 하는 여가수(이민정)가 성질 고약한 PD(이정진)를 만나 티격태격 끝에 인기도 얻고 사랑도 얻는 내용이다. '원더풀 라디오'와 '라디오스타'는 한 물 간 스타가 라디오DJ로 돌아서는 구성이 비슷하다. 못된 성질머리 누르고 주변 사람들과 융화하며 노래로 재기하는 과정도 닮았다. 그런데 '라디오스타'는 진한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데 비해 '원더풀 라디오'는 더 할 수 없는 유치함으로 황망하게 만든다. 이유가 뭘까. '라디오스타'처럼 기름기 쫙 뺀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

영화 201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