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정훈 3

들개(블루레이)

김정훈 감독의 독립 영화인 '들개'(2013년)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유나바머로 알려진 폭탄 테러범 시어도어 카진스키처럼 사제 폭탄을 만드는 사람을 다뤘다. 대학원생 정구(변요한)는 분노가 쌓일 때마다 사제 폭탄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폭탄을 익명으로 모집한 집행자들을 시켜 여기저기서 터뜨린다. 우연히 대학에서 정구를 만나 집행자가 된 효민(박정민)은 사제 폭탄 터뜨리는 재미에 정구보다 더 파괴적으로 변해간다. 급기야 효민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키려는 정구를 압박해 살인적인 폭탄 테러에 동참하게 만든다. 더 이상 사제 폭탄을 만들고 싶지 않은 정구는 스스로 멈추기 위해 자신이 폭탄 테러범으로 만든 효민과 부딪치게 된다. 좀처럼 보기 드문 소재의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배어 있다. 감독은 주체..

째째한 로맨스

김정훈 감독의 '째째한 로맨스'는 만화 스토리 작가인 여성과 만화가인 남성이 만나 공모전에 출품할 성인 만화를 그리면서 사랑이 싹트는 내용이다. 좌충우돌 발랄한 여작가 역은 최강희가, 고집 센 만화가 역은 이선균이 맡았다. 두 사람은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 맡았던 배역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만큼 두 사람이 각자 맡은 배역은 잘 어울렸지만, 문제는 두 사람의 조합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하이톤으로 영화 속 대사처럼 '붕붕 날라다니는' 최강희의 연기와, 역할상 소릴 질러대며 신경질 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선균의 연기는 서로 충돌해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고 겉돈다. 그들이 빚어내는 로맨스 또한 개연성이 떨어진다. 코미디를 표방한 만큼 대놓고 억지를 부리는 설정은 그렇다쳐도, 애니메이션도..

영화 2010.12.30

고교 얄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소위 학원소설이라고 불리던 명랑 소설을 꽤나 열심히 읽었다. 당시 아리랑사에서 나온 조흔파, 오영민 등의 소설은 너무 웃어서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재미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얄개전' '악도리 쌍쌍' '에너지 선생' '고명아들' 등 조흔파의 소설은 압권이었다. 이 책들이 지금 다시 그대로 나오면 좋으련만, 최근 나온 '에너지 선생'은 일부 내용을 빼먹은 채 출간돼 아쉬움이 크다. 석래명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고교 얄개'는 타계한 작가 조흔파가 1954년에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얄개는 장난꾸러기라는 뜻의 사투리. 제목이 말해주듯 장난만 치는 고교생이 개과천선해 친구를 돕는 내용이다. 원작은 나름대로 적절한 유머와 페이소스가 있는데, 영화는 시간 관계상 원작을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