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준배 2

잉투기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2013)는 참으로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제목인 잉투기는 현재진행형인 ing와 격투기가 결합된 단어로,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디씨인사이드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실제로 열렸던 네티즌들의 격투기 대회에서 따온 제목으로, 여기에는 잉여로 통하는 키보드 워리어들의 격투기 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즉, 보이지 않는 인터넷에서 치사하게 댓글로 싸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현실세계에서 운동으로 맞붙어보라는 의미다. 내용은 모 커뮤니티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댓글로 다투게 된 칡콩팥(엄태구)과 젖존슨이 실제로 만나 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만큼 영화는 요즘 세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특히 잉투기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현피와 먹방, 왕따 등 각종 사회현상과 문제들이 관..

이끼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를 보기 전에 윤태호가 그린 원작 만화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내용을 미리 알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의 그림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를 담백하게 볼 수 있었다. 원작을 배제하고 본 영화는 밀실 추리소설 같은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다양한 인물과 공간이 등장하지만 사건의 무대는 권력자인 이장이 지배하는 어느 외딴 마을이다. 이곳에서 벌어진 어느 노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은 결국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점에서 밀실 추리소설과 다름없다. 그만큼 영화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곧 주어진 5장의 패를 들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포커게임 같다는 소리다. 얼마 되지..

영화 2010.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