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해곤 2

아수라 (블루레이)

김성수 감독은 화끈한 액션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 그의 영화들은 남자들의 호쾌한 싸움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거친 폭력 묘사에 일가견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영화들에 잔혹한 세부 묘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다만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와 잔혹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앞뒤 정황 등이 그런 연상을 하게 만든다. '아수라'(2016년)도 그런 영화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권력자들이 얽혀서 처절하게 피 흘리며 지독하게 물고 뜯는 싸움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도 지독한 싸움꾼들이다. 각종 이권에 눈이 멀어 마약 밀매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부패한 시장과 그에게 돈을 받고 각종 불법을 저지르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싱글즈' 개봉 무렵 배우 장진영을 만났다. 엄정화와 함께 인터뷰를 했는데, 차분하면서도 강단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년)에서 보여준 장진영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장진영에 대한 기억과 겹쳐 그가 가장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장진영은 이 작품에서 애인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술집 여자로 나와 적당한 독기와 열정으로 불꽃처럼 타올랐다. '국화꽃 향기' '싱글즈' 등에서도 열심히 연기했지만 이 작품 만큼 빛을 발하지는 못한 것 같다. 장진영은 이 작품이 흥행에 참패한 뒤 출연을 후회했다고 한다. 험한 욕설을 내뱉으며 처절하게 망가진 모습이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본인은 아쉬운 부분이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