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나가사와 마사미 2

바닷마을 다이어리(블루레이)

어느날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서먹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이복 여동생을 만난다. 도저히 이복 동생만 홀로 놔두고 오기 힘든 환경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말을 해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선뜻 그러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때부터 배 다른 네자매의 한 살림이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2015년)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네 자매가 한 식구가 돼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조용하게 짚어 나갔다.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서 배 다른 자매끼리 살아가는 과정은 언뜻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지만 결코 자극적이나 선정적으로 흐르지 않은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유키사다 이사오(行定勲) 감독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2004년)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영화다. 사람을 울리기로 작정하고 만든 슬픈 사랑 영화인 만큼 신파조로 흐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백혈병에 걸린 여고생과 첫사랑을 못 잊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가타야마 쿄히치의 소설이 원작이다. 2001년 나온 원작은 출간 당시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이 영화에 리츠코 역할로 나온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가 서적정보지에 소개하며 인기를 끌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누르고 역대 일본소설 판매 3위에 올랐다. 영화는 히라이 켄이 담당한 음악, 특히 단아한 경음악들이 좋았고 '하나와 앨리스' '러브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