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나문희 3

레슬러

김대웅 감독의 '레슬러'(2017년)는 우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짧은 동영상이 재미있어서 뒤늦게 찾아보게 됐다. 내용은 아들 성웅(김민재)을 혼자 키우는 아버지 귀보(유해진)가 아들과 갈등을 빚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귀보의 꿈은 아들 성웅이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서 레슬러로서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그런데 성웅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짝사랑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성웅은 아버지 귀보에게 반발하며 비뚫어지는 바람에 부자간에 갈등이 깊어진다. 귀보는 부자지간은 물론이고 가영과 관계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본을 쓴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부자간 관계에 초점을 맞춘 휴먼 드라마를 지향하면서 자잘한 웃음으로 이야기..

조용한 가족(블루레이)

영화 '조용한 가족'(1998년)은 잔혹코믹극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의 작가적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잔혹코믹극이란 무섭고 끔찍한 내용이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이 가져오는 부분 때문에 역설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를 움켜잡아 한 숨 돌렸는데 우지직 하면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킬러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엉뚱한 사건이 벌어지는 식이다. 그만큼 김 감독은 상충되는 웃음과 공포의 순간을 병치하는 영리한 구성으로 반전을 꾀하며 기발한 재미를 줬다. 어찌보면 이는 곧 예상하지 못했던 트릭이기도 하지만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장난같은 속임수다. 이런 트릭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잘 꿰어맞춘 이야기의 연결성 덕분이다. ..

주먹이 운다

'주먹이 운다'(2005년)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류승완 감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인생막장의 불우한 두 인생이 권투에 희망을 걸고 맞부딪치는 내용은 진부할 수도 있지만 실화가 주는 진중함과 극적인 대결이 볼 만하다. 특히 류 감독은 스포츠의 긴장감을 씨줄 날줄처럼 견고하게 엮어서 탄탄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여기에 최민식, 류승범 두 배우의 야수 같은 연기가 불꽃을 튀긴다. 다만 블리치 바이 패스와 개각도 촬영 등 너무 많이 쓰인 영상기교는 지나치게 멋을 부렸다는 느낌이 든다. 어차피 영화는 광학기술의 산물인 만큼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영상기교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요란한 포장지 때문에 정작 알맹이를 못 보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