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블루레이)

에단과 조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년)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섬뜩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단발머리의 무표정한 얼굴의 사내가 들고 다니는 공기탱크는 역대 최강의 무기였다. 소리도 없고 불꽃도 없으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문짝의 열쇠 틀이 통째로 뽑혀 날아갈 만큼 무시무시한 파워를 과시했다. 이를 사람의 머리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순식간에 죽는 줄도 모르고 쓰러진다. 어떻게 저런 무기를 생각했을까, 절로 감탄하며 봤는데 알고 보니 거대한 소를 도살할 때 쓰는 도구를 개조한 무기였다. 살인자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무표정한 얼굴 또한 공포 그 자체였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에 낮게 깔리는 목소리,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까지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단과 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극단적 허무로 치닫는다. 등장인물들은 죽기 살기로 돈을 위해 목숨을 걸고 덤비지만 그 누구도 돈을 손에 넣지 못하고 빈털털이로 돌아선다. 그렇기에 돈을 향한 집착이 빚어내는 광기가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무섭고 때로는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밀러스 크로싱' '파고' '레이디킬러'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 코엔 형제의 전작들이 대부분 그렇다. 굳이 그 안에서 차이를 둔다면 '레이디 킬러' '위대한 레보스키'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처럼 웃음에 치우친 부류와 '밀러스 크로싱' '파고' 등 스릴러에 무게를 둔 부류가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후자 쪽이다. 이유없는 사이코 패스(하비에르 바르뎀)가 돈다발이 가득 든 가방을 쫓아 연쇄살인을 벌인다..

영화 2008.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