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6

갱스 오브 뉴욕(블루레이)

미국을 상징하는 도시 뉴욕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아니다. 19세기만 해도 이곳은 미국의 온갖 부조리를 안고 있는 쓰레기장 같은 곳이었다. 가난과 기근을 피해 유럽 각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은 미국 토박이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한 토박이들은 이민자들을 적대적으로 대했다. 이민자들은 이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갱단을 조직하면서 그야말로 19세기 뉴욕은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무법과 폭력의 아수라장 같은 도시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년)은 바로 19세기 혼돈의 뉴욕을 다루고 있다. 1928년에 출간된 허버트 애스베리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아일랜드 갱의 후손인 ..

팬텀 스레드: 블루레이

맹목(盲目)적인 사랑. 열렬한 사랑에 빠지면 눈을 가린 말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 질주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누군가 다치게 할 만큼 위험할 수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2017년)는 맹목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1950년대 상류층 여인들을 위한 고급 수제 의상실을 운영하는 유명 디자이너와 그를 위해 모델로 일하는 여성의 위험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디자이너의 열정은 온통 그가 만드는 드레스에 꽂혀 있다. 모든 것이 옷에 집중되다 보니 가까운 여인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죽을 정도로 아픈 순간을 넘기고 나서 곁에 남은 여인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조차도 착각이다. 반면 여인은 남자의 모든 것을 올곧이 가..

전망 좋은 방(블루레이)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를 다룬 영화라면 '냉정과 열정사이' '인페르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제임스 아이버리 감독의 '전망좋은 방'(A Room With A View, 1985년)이다. EM 포스터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피렌체로 여행을 떠난 여인이 우연히 마주친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여인의 사랑은 결코 쉽지 않다. 여인은 약혼자 때문에 애써 피렌체에서 만난 남성을 외면하지만 그렇다고 약혼자에게 빠져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고리타분하고 모범생같은 약혼자 보다는 피렌체에서 만난 자유분방한 남성에게 끌린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때로는 여인의 위험한 사랑을 경계하고, 때로는 진정한 사랑을 충고한다. 그만큼 주인공과 주변..

나인 (블루레이)

6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로 주목을 받은 롭 마샬 감독이 두 번째 들고 나온 뮤지컬 영화가 '나인'(Nine, 2009년)이다. 이 영화 역시 '시카고'처럼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겼는데 좀 독특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을 원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 영화를 뮤지컬로 바꾼 것을 다시 영화로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의 9번째 작품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창작의 고통을 겪었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펠리니 감독의 원작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9번째 영화를 만들게 된 이탈리아 영화감독 귀도는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고통을 겪는 가운데 그동안 숱한 염문을 뿌린 여성들과 관계도 뒤죽..

데어 윌 비 블러드(블루레이)

대학시절 읽었던 업톤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은 대단히 재미있으면서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시카고의 가축 도축장 풍경을 마치 눈 앞에 펼쳐 놓는 듯 생생하게 묘사한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이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이, 열악하고 고된 작업 환경 속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고기 분쇄기에 떨어져 소시지가 되는 장면이었다. 항상 사회고발적인 작품을 썼던 싱클레어는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글의 힘을 믿었다. 실제로 그가 쓴 '정글'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미국에서 식품의약품위생법 및 육류검역법을 만드는 단초가 됐다. 지금도 손꼽히는 명작인 이 소설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2007년)는 바로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