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이안 크루거 3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탐미적인 폭력을 즐긴다. 유희하듯, 때로는 공들여 도자기를 빚듯이 그가 만들어 내는 폭력은 잔혹하면서 미적인 감각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속 거친 폭력 장면들은 영화를 위한 액세서리처럼 빛난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도 예외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가상의 미군 특공대가 말 그대로 나치 사냥을 하는 얘기다. 야구방망이로 죽을때까지 사람을 두드려패고, 인디언처럼 시체의 머리가죽을 벗겨낸다. 폭력 앞에서는 나치만 사악하고 잔인한 것이 아니다. 전쟁통에 휩쓸린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미군이나 독일군이나 더 할 수 없이 잔혹하고 위악적이다. 인간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폭력의 맨 얼굴을 솔직하게 바라본 점이 바로 이 영화의 특징이자 타란티노식 미덕이다. 그렇다고 이 ..

영화 2009.11.01

내셔널 트레져

'쿨 러닝'을 만든 존 터틀타웁(Jon Turteltaub) 감독의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 2004년)는 역사 속의 미스터리와 보물 찾기를 적당히 섞은 모험영화다. 비록 여러 부분에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흉내 낸 듯한 흔적과 '다빈치코드' 등 여러 작품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보이지만 보물찾기 특유의 궁금증 때문에 끝까지 보게 만든다. 내용은 중세시대 십자군 원정에 나섰던 템플 기사단이 예루살렘의 솔로몬 궁전에서 발견한 보물을 찾는 이야기이다. 템플 기사단의 보물은 영국의 프리메이슨을 거쳐 미국 독립전쟁 당시 활약한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등 건국 공신들에게로 넘어간 뒤 미국의 모처에 숨겨졌다는 설정이다. 템플 기사단, 프리메이슨 등 역사 속 미스터리와 벤자민 프랭..

트로이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의 '트로이'(Troy, 2004년)는 극장 개봉 당시 여자들이 좋아했던 작품이다. 아킬레스로 나온 브래드 피트(Brad Pitt)를 비롯해 헥토르를 연기한 에릭 바나(Eric Bana), 패리스 역의 올랜도 블룸(Orlando Bloom) 등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이 웃통을 훌렁 벗고 등장하기 때문. 반면 남자들에게는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영화다. 일단 그렇고 그런 액션 때문에 2시간 40분이 지루했고, 신들의 분노와 질투가 빚어낸 전쟁이 신을 배제한 인간들의 이야기로 둔갑하다 보니 여러 모로 원작과 다른 김 빠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기에 싸움의 원인이 된 트로이의 헬렌(다이안 크루거 Diane Kruger) 등 여배우들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미모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