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대니 보일 4

슬럼독 밀리어네어(블루레이)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2008년)는 일확천금의 우연과 행운이 겹치는 판타지 같은 영화다. 인도(India)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실제로 인도의 유명 TV 퀴즈쇼를 소재로 하고 있다. 우연히 퀴즈쇼에 출연한 주인공 자말 말릭(데브 파텔 Dev Patel)은 희한하게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관련된 퀴즈를 만나면서 졸지에 백만장자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된다. 자신이 겪지 않거나 모르는 문제는 찍었는데 들어맞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자말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TV에 출연해 예전에 헤어진 첫사랑 라티카(프리다 핀토 Freida Pinto)를 찾는 것이 목표다. 우연과 행운으로 점철된 로또 같은 영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시나..

예스터데이(4K 블루레이)

대니 보일 감독의 '예스터데이'(Yesterday, 2019년)는 발칙한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로 비틀스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간단하게 말해 비틀스에 대한 헌사다. 내용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찾아온 순간 정전 이후 세상 사람들은 비틀스에 대한 존재를 까맣게 잊는다. 비틀스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도 사라진다.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비틀스는 아예 구글 검색에 등장하지도 않으며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와 노래를 전혀 모른다. 단 무명 가수인 잭 말릭(히메시 파텔)만 유일하게 비틀스의 노래를 기억한다. 뜻하지 않은 사건에 어리둥절하던 말릭은 비틀스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처럼 다시 부르고, 세상은 유래 없는 명곡에 열광한다. 비틀스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누렸던 영광을 말릭이 다시 누리게..

T2 트레인스포팅2(블루레이)

"우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배신이 일어난다." 영화 속 이 대사가 'T2 트레인스포팅2'(T2: Trainspotting 2, 2017년)라는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20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전작의 악동들이 20년 뒤 다시 뭉친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배신 때문에 무위로 돌아가는 한탕을 다룬 펑크 소설, 펑크 뮤직 같은 이야기다. 세월은 흘러서 외모는 변하고 세상도 달라졌지만 작품 속 네 친구들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롭게 살아보려고 마약을 끊고 갱생을 모색하지만 핏줄 속에 꿈틀거리는 본연의 일탈과 반항의 악동 기질이 여전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변화와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조화다. 우선 변하지 않는 것은 인물들이다.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이 20년 전 전..

127시간 (블루레이)

대학시절 친구들과 설악산에서 조난을 당한 적이 있다. 여러 번 혼자서 대청봉을 넘어서 자신했던 게 화근이었다. 오색쪽 가파른 길을 오르기 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가벼운 비라 무시했다. 대청봉에 다다를 무렵에는 억수로 퍼붓기 시작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대청봉에 도착했지만 거기서 자고 가면 좋았을텐데, 비가 뜸하길래 다시 하산했다.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었다. 비는 다시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고 사방이 불어난 물로 길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물길에 휩싸여 떠내려가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덩쿨과 줄기, 바위 등에 매달려 기다시피 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세상이 깜깜했다. 겨우 대피소를 찾아가 조난 신고를 했고 구조대가 수색 끝에 친구들을 찾아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당시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