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레슬링을 해 온 사람에게는 사각의 링이 천국이요 무덤이다. 오로지 할 줄 아는게 레슬링 밖에 없으니, 링 위에서는 스타이지만 링 밖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해 결국 링을 벗어날 수 없다. 어디 프로레슬러 뿐이겠는가. 인생이 대부분 그러하다. 싫든 좋든 20년 동안 몸 담았던 일을 떠나서 하루 아침에 다른 일을 잘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사람들은 모두 링 위에 서있는 레슬러다. 그런 점에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레슬러'(The Wrestler, 2008년)는 중년의 인생들을 위한 가슴아픈 송가이다. 내용은 왕년에 스타였으나 지금은 한 물간 전설의 프로레슬러 랜디(미키 루크)가 심장 수술을 받고도 링에 올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가 링에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