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더스틴 호프만 9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블루레이)

자크 헬름 감독이 만든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Mr. Magorium's Wonder Emporium, 2007년)은 감각적인 알록달록한 영상과 유명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관록 있는 연기파 배우인 더스틴 호프만과 자기 역할을 똑 부러지게 챙기는 나탈리 포트만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우선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재미를 끌어내지 못했고 산발적으로 흩어지며 어수선하게 진행되다가 뻔한 결말로 마무리됐다. 내용은 수백 년을 산 장난감 장인인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만)이 최후를 직감하고 뉴욕에 운영 중인 장난감 가게를 여성 점원(나탈리 포트만)에게 물려주려는 이야기다. 문제는 장난감 가게가 결코 평범..

향수 (블루레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독특한 줄거리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향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 주인공이 지상 최고의 향을 만들기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은 충격적이면서도 신비롭다. 톰 티크베어 감독의 동명 영화(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년)는 이를 충실하게 영상으로 재현했다. 영화 제작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제작자 번드 아이킨거는 1985년 작품이 출간되자마자 영화화를 위해 쥐스킨트를 찾아가 판권 계약을 시도했으나, 도통 영화화에 관심이 없던 쥐스킨트의 거절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다른 제작자를 통해 여러 번 영화 제의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쥐스킨트는 번번히 거절했다. 그러기를 15년, 아이킨거의 집요한 설득 끝에 쥐스킨트는 ..

빠삐용 (블루레이)

프랑스령 기아나.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곳이지만 IT 분야를 담당하는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익숙한 곳이다. 남미의 오지인 이곳에서 KT가 무궁화 위성을 몇 차례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적도선상에 위치한 이 곳이 정지궤도에 가장 근접해 위성을 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금도 프랑스가 식민지로 관리하는 이 곳에 1850~1950년대까지 끔찍한 감옥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중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이 곳으로 유배보내 중노동을 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죽어갔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두 사람이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인 드레퓌스와 '빠삐용'으로 알려진 앙리 샤리에르다. 프랑스 포병대위였던 드레퓌스는 독일에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

졸업 (블루레이)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The Graduate, 1967년)은 영화보다 음악을 먼저 알았다. 중학교 시절 구입한 '세계영화음악 모음집' 카세트 테이프에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Sound of Silence'가 들어 있었다. 조용한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두 사람의 애조 띤 하모니가 어찌나 절묘하던 지 여러 번 되풀이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를 좋아하게 돼 'Mr Robinson' 'April Come She Will' 등도 찾아 듣게 됐는데 알고보니 모두 영화 '졸업'의 삽입곡들이었다. 그렇게 노래로 먼저 만나고 훨씬 나중에 보게 된 영화는 한 마디로 파격적인 작품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가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고민하던 중 중년 여인과 육체..

스트로우 독스 : 어둠의 표적 2011 (블루레이)

샘 페킨파 감독의 '어둠의 표적'(Straw Dogs, 1971년)은 숨겨진 걸작이다. 약자의 분노를 통해 표출되는 인간 내면의 숨겨진 폭력성을 긴장감있게 묘사했다. 그만큼 이를 리메이크한 로드 루리 감독의 '스트로우 독스 : 어둠의 표적 2011'(Straw Dogs, 2011년)도 어느 정도 기대했다. 워낙 원작이 훌륭한 만큼 반 정도만 따라가도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았기 때문. 그런데, 기대에 부응은 커녕 너무 실망스럽다. 그저 배경과 시대, 배우만 바뀌었을 뿐 원작 흉내내기에 급급한 졸작이 돼버렸다. 여기에 원작의 긴장감과 공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원작은 마을 청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학자가 그만의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보는 이의 공감대를 끌어내며 같이 분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