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데이빗 핀처 6

조디악 (감독판 블루레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Zodiac, 2007년)은 미국판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들의 이야기다. 살인의 추억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적인 이야기를 추가해 만들었다면,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만큼 사실에 집착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진중하며 무겁다. 다만 두 작품 모두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에 대한 추측으로 영웅시하거나 극적 과장을 하지 않는 대신 희생자와 추적자들에게 집중해 범죄의 심각성과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범인의 잔혹한 범죄 행각이 희생자뿐 아니라 이 사건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나를 찾아줘 (블루레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년)는 사라진 아내의 실종을 다룬 미스터리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한 여인의 욕망과 결혼생활의 갈등을 다룬 심리극이다. 내용은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아내를 찾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 실종이 아니라 살인사건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속속 발견된다. 발견된 정황들은 모두 남편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때부터 남편과 아내의 실종에 관련된 미스터리들은 졸지에 살인극으로 치닫는다. 과연 아내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남편이 정말 아내를 죽였는지 풀어가는 과정은 한편의 스릴러이면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남녀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정치(精緻)한 드라마 연출이다. 이야기의 기본 ..

세븐 (블루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Seven, 1995년)은 DVD 시절부터 화질이 아주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감독이 플래티늄 DVD 시리즈 출시 전에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해 디지털로 색 보정을 다시 거쳐 HDTV용으로 리마스터링 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명암대비나 색감은 다른 DVD에 비해 월등 뛰어났지만, DVD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인 샤프니스의 저하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샤프니스 문제는 1080p 풀HD가 지원되는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말끔하게 해결됐다. 그만큼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세븐'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상의 화질을 보여준다. 깔끔한 화질과 확실한 명암대비, 황량한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는 색감에 칼 끝처럼 딱 떨어지는 ..

에이리언3 (블루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에이리언3'(Alien3, 1992년)를 보면 어째 젊은 사람이 저토록 우울하고 음울한 세계관을 가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ILM에서 특수효과와 광고, 뮤직비디오로 이름을 얻은 핀처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 작품 연출 당시 나이는 스물 아홉. 그러나 영화를 보면 중늙은이의 작품 같다. 감옥 행성이라는 사실상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한마리 에이리언과의 사투는 숨막힐 듯한 긴장감으로 보는 이를 압박한다. 버려지다시피해서 이렇다 할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죄수들과 우주선에서 홀로 살아남은 리플리가 주인공이다 보니 자연 영화 속 세계는 어둡고 우울하다. 시종일관 갈색 톤의 음울한 영상은 공포감보다는 황량함과 쓸쓸함을 안겨준다. 폐쇄 공간 속에서 한 마리 에이..

파이트클럽 (블루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년)은 일상에 찌든 도시인의 잠재된 분노와 스트레스를 형상화한 독특한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자신들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만든 격투 단체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파괴 활동을 벌이는 내용이다. 구성이나 내용을 보면 개인의 분노가 사회로 표출되면서 급기야 문명 자체를 거부하는 무정부주의적 성격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실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포인트는 에드워드 노튼과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두 인물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 자체가 이 작품의 미스테리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전부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난해하고 불편한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