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돈 시겔 3

더티 해리(블루레이)

'황야의 무법자'와 함께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라는 배우의 캐릭터를 만든 영화가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형사 해리 칼라한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캐릭터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지만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서슴치 않고 총을 꺼내 든다. 때로는 그 방법이 과격하고 지나쳐 경찰 내부에서 징계를 받기도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원한 해결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더티 해리는 공권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공권력의 무능과 한계를 조롱하고 뛰어넘는 역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제작 당시 시대상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 않나 싶다. 당시 베트남전에 휘말린 미국은 명분없는 전쟁으로 무수한 젊은이들이 낯선 땅에서 억울하게 죽..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블루레이)

오랜만에 반가운 블루레이 타이틀이 나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1970년대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년) 블루레이 타이틀이 최근 국내 출시됐다. 예전 TV 명화극장 등을 통해서 본 이 영화는 '벤허'나 '대부' 같은 아카데미상을 줄줄이 탄 명작은 아니지만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는 아주 반가운 숨은 수작이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 카멜시의 DJ가 좋아하는 여성 팬으로부터 지독할 정도로 스토킹을 당하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고통이 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화 '미저리'나 '더 팬'의 원조쯤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베이젼

1956년에 나온 돈 시겔 감독의 '신체강탈자의 침입'은 외계인의 공포를 다룬 훌륭한 B급영화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 ET같은 괴상한 생명체나 괴물이 아닌 사람의 모습과 식물의 씨앗이라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알 수 없는 공포를 다룸으로써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잭 피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성공 이후 필립 카우프만과 아벨 페라라도 리메이크를 했고, 2007년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이 '인베이젼'(The Invasion, 2007년)이라는 제목으로 3번째 리메이크를 했다. 이 작품은 외계 생명체가 바이러스로 돌변해 인간의 몸 속에 침투해 사람의 성격을 바꿔놓는 내용이다. 즉 몸은 그대로지만 속은 어제와 다른 성격을 지닌 완전 새로운 존재로 돌변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앞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