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처럼 원작소설보다 더 잘만든 영화가 있는 반면, 원작소설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화도 있다. 킹 비더 감독의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1956년)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레프 톨스토이가 1864~1869년에 쓴 이 장편소설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때 휘말린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만 600명이 넘는 대작인 만큼 내용이 워낙 방대해 쉽게 줄이기 힘든 작품인데 영화는 이를 약 3시간 20분 분량으로 압축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 전개를 쫓아가기에 급급해 정작 톨스토이가 강조한 메시지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원작의 중요한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룬 삶에 대한 자세다. 귀족의 명예를 중시해 고귀하게 사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안드레이 공작이 전쟁을 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