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라스 폰 트리에 2

안티크라이스트(블루레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 크라이스트'(Antichrist, 2009년)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09년 칸영화제 기자회견이다. 당시 영화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던진 질문이 화제였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해명하시오." "해명? 해명을 하라고?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 본 그대로 느끼면 된다.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난 그럴 수 없다." 기자도 만만찮았지만 그의 당돌한 질문에 화가 난 트리에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다. 나보다 더 뛰어난 감독은 보지 못했다. 물론 모든 것을 창조한 하나님은 나보다 위대하다." 급기야 트리에 감독이 스스로를 가리켜 '하늘 아래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고 천명하게 만든..

멜랑콜리아 (블루레이)

비관과 우울의 음유시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만든 '멜랑콜리아'(Melancholia, 2011년)는 제목 만큼이나 우울하고 암담한 영화다. 영화의 전반부는 우울증에 걸린 여주인공 커스틴 던스트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후반부는 지구를 덮치는 거대 행성의 이야기로 흘러 간다. 즉, 우울증에 걸린 여인과 지구 종말이라는 두 가지 암울한 요소가 만나 무겁게 가라앉는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여주인공처럼 심한 우울증을 앓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는 그의 개인적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감독은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거나 미화하려 들지 않는다. 어찌 세상이 즐겁고 희망 가득한 일 뿐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감독은 지구의 종말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제를 들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