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러브레터 4

러브레터 (블루레이)

국내 개봉전인 1997년, 불법복제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봤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년)는 사실 플롯이 정교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기본 골격은 산에서 조난당해 사망한 남자친구와 이름이 똑같은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남자친구가 과거 짝사랑했던 사연을 알게 되는 여인의 이야기다. 죽은 남자친구는 짝사랑했던 여인을 못잊어 똑같이 생긴 지금의 여자친구를 좋아한 것.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토록 좋아한 여인이라면 왜 한 번도 찾아가 고백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오히려 똑같이 생긴 여자를 만나는 것 보다 서로 잘아는 사이인 여인을 찾아가 사랑을 얻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판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중학교 졸업앨범을 뒤져 찾아낸 주소로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을..

피크닉

이와이 슌지 감독의 '피크닉'(1996년)은 '러브레터' '4월이야기' '하나와 엘리스' 등 순정만화처럼 곱디 고운 그의 작품들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고 본다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은 어둠과 죽음, 상실의 비극이 혼재된 다크판타지다.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을 만든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가슴 떨리는 사랑의 기억이 있다면 세상으로부터 달아나고픈 소외의 충동이 있다. 그래서 이와이 슌지 감독의 팬들은 전자를 '화이트 이와이'라고 부른다. '러브 레터' '4월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후자는 '검은 이와이'라고 부른다. '언두' '피크닉'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등이 여기 해당하며, 이 작품들이 2005년 한꺼번에 국내 개봉했다. 그 중 '피크..

비 내리는 오타루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는 기쁨 못지않게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즐거움 또한 크다. 북해도(홋카이도)의 예쁜 마을 오타루 여행이 그랬다. 올해 2월, 아내와 함께 찾았던 오타루는 펑펑 내리던 눈 속에 파묻힌 동화책 속 그림같은 마을이었다. 10월에 다시 찾은 오타루는 눈 대신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아니 오니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오타루는 역시 겨울 마을이었다. 고드름이 열매처럼 매달린 창고들이 늘어선 운하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서있던 예쁜 집들. 그리고 발자국이 곱게 찍히던 길과 따뜻한 커피, 달콤한 슈크림빵이 있던 마을.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당장이라도 나카지마 미호가 나타나 영화..

여행 2008.10.03

오타루 여행기 - '러브레터'의 고향

이와이 슈운지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명작 '러브레터'를 떠올리면 주인공을 연기한 나카지마 미호가 하얀 눈 벌판에 홀로 서서 먼 산을 향해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장면이 생각난다. 미호가 애절하게 사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며 안부를 묻던 장소가 바로 오타루다. 홋카이도 원주민인 이누이족 말로 '모래가 많은 바다'라는 뜻의 오타루는 일본 최북단인 홋카이도 섬에 있는 소도시다. 겨울철에 맞는 제철 여행을 하기 위해 3박4일의 여정으로 홋카이도를 찾았다. 어렸을 때는 홋카이도 못지않게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는데, 온난화의 영향으로 눈구경하러 해외를 가야할 판이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홋카이도를 가려면 인천공항에서 매일 1회 출발하는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면 된다. 걸리는 시간은 어림잡아 2시간 30분. 공항에서 삿포..

여행 2008.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