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러시아 17

헌터 킬러(블루레이), 잠수함의 공포

잠수함 영화의 특징은 물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소리로 묘사하는 것이다. 어차피 잠수함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육안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상상력과 소리만으로 묘사할 뿐이다. 그렇다 보니 바다속에서 벌어지는 수중전이 마치 육상 전투처럼 폭발과 함께 불꽃이 일어나는 등 시각적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여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소리다. 잠수함의 음파 탐지병들이 음파 탐지기인 소너를 통해 들려오는 적 함들의 움직임이나 마치 바람을 가르듯 물속을 헤집고 돌진하는 어뢰의 소리를 과장해서 묘사한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키운 소리와 가상의 영상들이 잠수함 영화의 기본 골격이 된다. 도노반 마시 감독의 '헌터 킬러'(Hunter Killer, 2018년)도 이런 범주에 드는 영화다. 내용은 러시아 장..

레드 스패로(블루레이)

여간첩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타 하리와 김수임이다.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간첩 노릇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마타 하리는 결국 프랑스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 남한에서 활동했던 김수임은 자생적 공산주의자에 가까운 간첩이다.연인이었던 공산주의자 이강국을 사랑한 그는 미 군정 관계자를 통해 정보를 빼돌렸다. 김수임 역시 1950년 4월에 체포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총살당했다.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춤솜씨(마타 하리) 또는 출중한 영어 실력(김수임) 등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었다.결국 두 사람의 공통점을 놓고 보면 여간첩은 곧 색(色)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인계라는 것이 과거의 술책일 뿐 현대에는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그..

붉은 10월 (4K 블루레이)

1980년대 최고 이야기꾼을 꼽는다면 단연 '재칼의 날'을 쓴 프레드릭 포사이드다. 톰 클랜시는 포사이드의 뒤를 잇는 밀리터리 스릴러 작가로, 완성도 면에서는 포사이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레인보우 식스로 대표되는 일련의 베스트셀러를 여러 편 내놓았다. 톰 클랜시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 바로 1984년에 쓴 '붉은 10월호 추적작전'이다. 국내에도 금박출판사를 통해 처음 번역 출간됐던 이 책은 구 소련의 최신예 핵잠수함 붉은 10월호가 미국으로 망명하는 내용을 다뤘다. 워낙 감쪽같이 망명을 해야 했기에 미국과 소련의 해양 전력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과정을 아주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특히 밀리터리 마니아인 톰 클랜시의 해박한 군사지식이 총동원된 덕분에 실감나는 묘사로 당시 레이건 대통령도 극찬을 했다고 한다. ..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4K 블루레이)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원작을 잊어도 좋을 만큼 재미있는, 오히려 원작을 능가하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단순 리메이크로 원작을 다시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액션과 스토리를 재창조한 리빌드이다. 특히 4번째 작품인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2011년)은 화려한 액션과 웅장한 스케일로 전작들을 압도한다. 감독은 뛰어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를 만들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두 번이나 받은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톰 크루즈의 추천으로 메가폰을 잡은 그는 실사 영화는 이번에 처음 만들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 뛰어난 연출 솜씨를 이번 작품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며 훌륭한 실사 데뷔에 성공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블루레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1971년)은 유명한 'Sunrise, Sunset' 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다. 러시아에서 박해를 받는 유대인 사회를 다룬 이 작품은 가난한 시골의 유대인 농부가 딸 다섯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유대인 박해라면 무조건 힘들고 고통받는 삶을 다루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탈무드 특유의 유머가 흐른다. 주인공은 뜻하지 않은 일이 터지면 "왜 하필 나냐"며 신에게 따지고 슬쩍 비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종국에는 잘될 것이라는 낙천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동전의 양면처럼 그들의 박해받는 삶이 더더욱 힘들고 부당하게 보인다. 원래 이 작품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