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레이첼 와이즈 5

에너미 앳 더 게이트(블루레이)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1년)는 저격 영화의 정수 같은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구 소련군의 저격수였던 실존 인물 바실리 자이체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15년 첼라빈스크주 에라노마치에서 태어난 자이체프는 우랄 산맥의 산속에서 자라며 어려서부터 사슴 사냥으로 사격 솜씨를 갈고닦았다. 1936년 해군에 입대해 군사경제학교를 나온 뒤 러시아 태평양 함대에서 회계 반장으로 일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소전이 발발하자 그는 흑해 함대로 지원해 해군 육전대의 저격수가 됐다. 다시 육군으로 소속이 바뀌어 제284저격사단 산하의 1047저격연대에 배속된 그는 독일군이 쑥대밭을 만든 스탈린그라드에서만 242명을 사살하는 등 종전까지 총..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블루레이)

월트 디즈니의 오랜 꿈 중에 하나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쓴 유명한 동화 '오즈' 시리즈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월트 디즈니는 1930년대 준비를 했으나 MGM이 한 발 먼저 영화 판권을 사들이면서 무산됐다. 그래도 월트 디즈니는 포기하지 않고 1950년대 시리즈 중에 11번째 '오즈의 사라진 공주' 판권을 사들여 실사 뮤지컬로 제작했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는 완성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바람에 실사 뮤지컬 영화는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디즈니에서는 월트 디즈니 사후인 1985년 '리턴 투 오즈'로 처음 영화를 내놓았다. 그만큼 디즈니는 오즈 시리즈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든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Oz: The Great and Powerf..

본 레거시 (블루레이)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 '본' 3부작은 영화로 만들기 힘든 작품이다. 세부 묘사가 뛰어나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눈 앞에 정경이 훤히 떠오르게 만드는 프레드릭 포사이드와 달리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은 그렇게 정교한 작가가 아니다. 그만큼 기본적 플롯 외에 액션은 감독이 메꿔야 한다. 따라서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의 소설은 재능있는 감독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감독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 다행히 '본 아이덴티티'를 만든 더그 라이만 감독이나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훌륭한 액션 연출로 원작 소설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들춰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 감독은 영화를 훌륭하게 재창조했다..

스틸링 뷰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스틸링 뷰티'(Stealing Beauty, 1996년)는 우리나라에서 '미녀 훔치기'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어머니가 한때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투스카니 지방을 찾은 한 미국 여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내용이다. 어머니의 젊은 날을 쫓아 친부를 찾는 이야기는 뮤지컬영화 '맘마미아'를 닮기도 했다. 더불어 주인공 여성은 어머니의 과거를 발판으로 자신도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갖는다. 제목이 말해주듯 관음증적인 측면도 있어 창문이나 방문 너머로 여성을 잡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남성들의 집요한 시선을 표현했다. 카메라를 잡은 인물은 '세븐' '패닉룸' 등을 찍은 유명한 다리우스 콘지. 영상은 DVD의 한계 때문에 베르톨루치 감독이나 콘지가 의도한 특징이 명확하게 살지 않아서..

미이라2

스티븐 소머즈(Stephen Sommers) 감독의 '미이라2'(The Mummy Returns, 2001년)는 1편의 반응이 좋자 바로 기획됐다. 미라 임호텝(아널드 보슬로 Arnold Vosloo)을 비롯해 오코넬(브렌든 프레이저 Brendan Fraser)과 이블린(레이철 와이즈 Rachel Weisz) 등 전편 주인공들이 그대로 등장해 사라진 스콜피온 킹(드웨인 존슨 Dwayne Johnson)의 흔적을 따라 모험을 벌이며 전편 못지않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특수효과가 대폭 늘어났다. ILM에서 만든 스콜피온 킹을 비롯해 죽음의 군대 등 디지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덕분에 신나는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액션 장면들이 흥겹다. 그러나 평단의 반응은 내용이 전편만 못하다며 좋지 않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