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렌스 피쉬번 3

럼블피쉬

럼블피쉬로 부르는 태국의 샴 투어라는 물고기는 화려한 외양을 갖고 있지만 지독한 싸움꾼이다. 같은 종자가 눈에 보이면 달려 들어 죽을 때 까지 싸운다. 그래서 이 물고기를 키울 때에는 한 어항에 한 마리씩 따로 키워야 한다. 심지어 어항 너머로 다른 럼블피쉬가 보여도 어항을 들이받다가 죽을 정도로 투지가 넘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태국은 샴 투어를 수출해 한 해 1조4,000억원을 벌어들인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럼블피쉬'(Rumble Fish, 1983년)는 반항적인 10대들을 이 물고기에 비유해 그린 영화다. 끓는 피를 주체 못해 또래들과 싸움을 벌이며 방황하는 미국 청춘들의 모습을 거친 영상에 담아낸 작품. 내용보다는 출연하는 배우들에 눈이 더 간다. 맷 딜런, 다이안 레인, 미..

보이즈 앤 후드

미국 역사에서 흑인은 오랜 세월 마이너리티였다. 지금은 흑인 대통령이 나왔지만 150년 전만 해도 그들은 사슬에 묶인 노예 신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괜찮아졌을까. 존 싱글턴 감독의 '보이즈 앤 후드'(Boyz N The Hood, 1991년)를 보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이 영화는 실화에 가까운 픽션이다. LA의 흑인들이 모여사는 거리에서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흑인들이 어떻게 망가질 수 밖에 없는 지를 성장 영화처럼 담아냈다. 감독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트리(쿠바 구딩 쥬니어)는 다행히 악의 길로 빠지지 않고 이겨내지만, 주변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좋지 않은 길로 내몰려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그만큼 아직도 마이너리티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흑인 청소년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어썰트 13

장 프랑소와 리세(Jean-Francois Richet) 감독의 '어썰트 13'(Assault On Precinct 13, 2005년)은 '트레이닝데이'이후 오랜만에 에단 호크(Ethan Hawke)의 숨 가쁜 액션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이하드'처럼 요란하거나 긴장감 넘치지는 않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충분한 액션물. 원작은 1976년 개봉한 존 카펜터(John Carpenter) 감독의 '분노의 13번가'. 카펜터 감독이 서부극 '리오 브라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 작품을 '네고시에이터'의 대본을 쓴 제임스 드 모나코가 각색했다. 고립된 경찰서에 갇힌 소수의 경찰관들이 자신들을 포위한 악당들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은 원작과 똑같지만 범죄자들과 손을 잡고 부패 경찰들과 싸운다는 설정이 다르다. 초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