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버트 러들럼 2

본 레거시 (블루레이)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 '본' 3부작은 영화로 만들기 힘든 작품이다. 세부 묘사가 뛰어나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눈 앞에 정경이 훤히 떠오르게 만드는 프레드릭 포사이드와 달리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은 그렇게 정교한 작가가 아니다. 그만큼 기본적 플롯 외에 액션은 감독이 메꿔야 한다. 따라서 로버트 러들럼이나 이안 플레밍의 소설은 재능있는 감독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감독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 다행히 '본 아이덴티티'를 만든 더그 라이만 감독이나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훌륭한 액션 연출로 원작 소설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들춰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 감독은 영화를 훌륭하게 재창조했다..

본 아이덴티티 & 본 슈프리머시 (본 박스세트)

더그 라이먼(Doug Liman이 감독한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년)는 스파이 액션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CIA 비밀공작원으로 활동하던 본(맷 데이먼 Matt Damon)이 작전중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뒤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본의 기억이 세상에 알려지면 곤란한 사건과 얽혀있어 CIA에서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뒤를 밟는다. 비록 본은 기억을 잃었지만 살인 무기로 훈련받은 싸움기술은 본능처럼 몸에 남아있어 혼자서 많은 적들을 물리치며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절묘한 추리 게임과 긴박한 액션, 자동차 추격씬이 얽혀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의외로 액션에 안 어울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