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버트 레드포드 6

스팅(4K 블루레이)

1970~80년대 영화 소설을 줄줄이 펴내던 한진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 '나는 놈 위를 기는 놈'이란 책이 있다. 사기꾼을 등쳐 먹는 희대의 사기꾼들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정교한 계획과 엄청난 노력에 감탄을 한 적이 있는데,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스팅'(The Sting, 1973년)도 그런 영화다. 겁 없는 두 사나이가 정교한 사기극으로 미국 거물 갱단 두목을 홀랑 베껴 먹는 이야기다. 그 계획이 어찌나 정교하고 기가 막힌 지 영화를 보며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이용하는 수법은 1930년대에 가능한 전신 사기다. 즉 방송 중계의 지연 시간을 이용해 그전에 승부가 결정 난 경마에 배팅하는 이야기다. 방송과 통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트루스(블루레이)

2004년 미국에서 일어난 래더 게이트는 언론계에 중요한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CBS의 간판 시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은 미국 대통령 관련 중요한 특종을 했다. 당시 재선에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과거 군 복무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1960년대 부시 전 대통령이 월남전 파병 징집을 피하기 위해 텍사스주 방위군에 자원해 조종사로 복무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부시가 텍사스에서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군의 혜택을 받아 기지를 벗어나는 등 편하게 생활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1년이나 비어 있는 부시의 미 공군 복무 기록을 제시했다. 기록에 따르면 부시는 기지를 무단이탈해 1972년 8월 1일 자로 조종사 자격을 정지당했다. 선거를 앞두고 크게..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블루레이)

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을 실시한다.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이 추진한 이 작전은 나치 독일의 과학자, 기술자, 의사 등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작전이다. 여기에는 순수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나치 독일에 적극 협력한 부역자들도 있었고 심지어 자발적 나치 당원과 친위대원, 악질적인 고문기술자들도 있었다.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 추적에 일조한 클라우스 바르비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거의 전범급 인물들이다보니 버젓이 미국으로 데려오는게 쉽지 않아서, 몰래 빼내오기 위한 신분 세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 만든 경력을 끼워 넣는다는 의미의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명이 붙었고, 몰래 데려와야 해서 오버캐스트 작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때 미국이 데려온 폰 브라운과 과..

흐르는 강물처럼 (블루레이)

처음에는 몬타나의 수려한 풍광이 보인다. 이어서 무릎까지 오는 강물에 들어서서 휘두르는 플라잉 낚시가 들어온다. 그러고나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는 가족애가 강물처럼 가슴에 와닿는다.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년)은 그런 영화다.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작가 노만 맥클레인의 단편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몬타나 시골 마을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려서 개궂은 일과 플라잉 낚시를 함께 하며 자란 형제가 자라서 갂기 다른 일을 하면서도 끈끈한 가족애로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다. 거기에는 피붙이에 대한 살가움과 책임감 때문에 비극적 사건을 겪으며 가족이 떠안게 되는 트라우마도 들어 있다. 그만큼 어느 ..

머나먼 다리 (블루레이)

사람은 실패에서 배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대배우 리차드 아텐보로가 감독한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 1977년)는 제 2 차 세계대전중 연합군의 실패를 다룬 전쟁 영화다. 제작진은 1944년 9월 감행한 마켓가든이라는 처참하게 패배한 작전을 복기하듯 영화로 다루며 전쟁의 참상을 되짚었다. 마켓가든 작전은 연합군이 독일군을 일거에 격퇴하기 위해 네델란드에 대규모 공수부대를 투입해 벌인 작전이었으나 오히려 대규모 사상자를 내며 지고 말았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역사의 사실적 재현에 비교적 충실하다. '비교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100%는 아니기 때문.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미군의 활약을 영화적으로 과장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맥락과 무기, 복장 등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