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버트 본 4

타워링 (블루레이)

존 길러민과 어윈 앨런 감독의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년)은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재난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긴장감이 높고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난데,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건물 화재를 다룬 '타워링'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어윈 앨런이 제작했는데, 1980년 개봉한 '대지진'도 그의 작품이어서 재난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내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8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제천과 밀양 등 대형화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다 보니 영화 내용이 더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재난 영화가 그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위기와 이를 극..

황야의 7인 (블루레이)

예전에는 신년 연휴가 사나흘이었다. 갈 수록 세상이 살기 좋아지려면 휴일도 늘어야 할텐데 거꾸로 줄어들어 힘들게 하니 안타깝다. 그렇게 '신정 연휴'가 사나흘 이어지다보면 연휴 기간 내내 TV방송에서 영화들을 많이 보여줬다. 이때 자주 나온 영화가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의 명작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년)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식 서부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줄거리와 구성에서 탁월했다면,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작은 캐릭터의 승리다. 율 브린너(Yul Brynner),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

레마겐의 철교

제 2 차 세계대전때 다리를 둘러싼 전투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 '멀고 먼 다리'와 '레마겐의 철교'(The Bridge at Remagen, 1969년)다. '멀고 먼 다리'가 마켓가든 작전 당시 아른헴 다리를 배경으로 했다면, '레마겐의 철교'는 라인강의 마지막 남은 다리였던 루덴도르프 철교를 다뤘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3월, 나치 독일은 연합군의 진격을 막고자 라인강에 걸린 다리를 대부분 끊었으나 유일하게 남은 다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루덴도르프 철교다. 레마겐 다리로 알려진 이 다리는 칼 비너라는 독일 건축가가 만든 것으로, 제 1 차 세계대전 때 독일측 영웅으로 꼽히는 에리히 루덴도르프 장군을 기려서 그의 이름을 땄다. 에리히 루덴도르프는 1923년 뮌헨폭동때 히틀러 편을 들어..

블리트 (SE)

할리우드 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1980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맥퀸이다. 이유는 그의 얼굴 때문이다.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주름진 그의 얼굴은 세상살이의 험난함이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얼굴 가득 여유와 달관의 낙천적인 기운이 흐른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위기 상황이 펼쳐져도 그라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황야의 7인' '대탈주' '게터웨이' '타워링' '빠삐용' 등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랬다. 바로 그 고단함과 여유가 혼재한 얼굴이 좋아서 세상을 떠난 지 26년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를 놓지 못한다. 중학생이었던 80년,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당시 DJ를 본 배우 강수연이 그의 죽음을 알리던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채 엇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피터 예이츠 감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