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모음사에서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를 처음 읽었을 때, 시적인 떨림을 주던 그 첫 문장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등장인물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가장 관능적으로 소개한 문구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소화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중년의 사내가 12세 소녀에게 홀딱 빠져 미국을 떠돌며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내용. 워낙 센세이셔널한 내용 때문에 훗날 어린 소녀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가리켜 '로리타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낳았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로리타'(Lolita,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