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차드 링클레이터 4

에브리바디 원츠 썸(블루레이)

'에브리바디 원츠 썸'(Everybody Wants Some!!, 2016년)은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등 비포 시리즈로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이다. 내용은 1980년대 야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개강 전 사나흘 동안 야구팀원들과 보내는 청춘송가다. 기숙사처럼 한 집에 모여사는 팀원과 주인공들은 여자와 술, 야구이야기 등으로 그 시대 또래들의 고민과 문화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양념처럼 깔리는 것이 바로 1980년대 음악들이다. 제목인 밴핼런의 노래부터 더 낵의 'My Sharona'를 비롯해 블론디, 팻 베네타, 칩트릭, 카스 등 1980년대 인기곡들이 줄줄이 흐른다.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 시대 미국 젊은이들의 추억과 ..

비포 미드나잇 (블루레이)

제시와 셀린느가 돌아 왔다. '비포 선셋' 이후 9년, '비포 선라이즈' (http://wolfpack.tistory.com/entry/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이후 18년 만이다. 세월의 두께는 두 사람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호리호리하고 가냘펐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주름지고 배가 나왔으며, 결정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다. 그렇게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년)은 두 연인의 속절없는 세월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아니 영화 속 연인은 좀 더 현실적으로 돌아 왔다. 1편에서 사랑을 싹 틔우고, 2편에서 안타깝게 사랑을 보낸 그들은 3편에서 세월따라 변해버린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느덧 아이들이 뛰노는 중년이 ..

스캐너 다클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 2006년)는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이다. 즉, 실사로 촬영한 영상 위에 애니메이터들이 그림을 덧입히는 방법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움직임이 실사 영화처럼 자연스러운 점이 장점이지만, 실사 영화를 찍어서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쳐야 하므로 두 번의 손이 가는 만큼 오래 걸린다. 감독의 전작인 '웨이킹 라이프'가 같은 방법으로 제작됐는데, 그때 재미있게 봐서 이 작품도 보게 됐다. 원작은 유명한 SF소설가인 필립 K 딕의 동명소설. 근 미래의 사회에서 사람의 두뇌를 파괴하는 마약을 쫓는 수사관과 마약 중독자들의 이야기다. 마약 중독 상태에서 환각을 보는 상황을 아주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필..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년)와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년)은 9년 간격을 두고 제작됐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는 낯선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사랑을 이어가지 못하고 헤어진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비포 선셋'에서 우연히 재회한 연인은 다시금 과거의 사랑을 이어가지 못한 후회를 털어놓는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채 하루가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연인의 이야기를 긴 대사와 롱 테이크로 다뤘다. 요즘처럼 장면 전환이 빠른 영상에 익숙하면 지루할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의 대사를 음미하다 보면 영화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의 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