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차드 커티스 5

어바웃 타임 (블루레이)

일본의 문학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창조란 예술가의 사상과 표현이 일치하는 것, 즉 사상과 표현의 동시성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는 "생각과 글을 쓰는 일 사이에 구별이 없다. 서툴게 쓰는 것은 서툴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런 점에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작품을 보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 지, 그리고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 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공언한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년)은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찌보면 사랑에 대한 판타지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과거 어느 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한된 시간 여행 능력을 가진 청년이 사랑을 위하여 겪는 이야기들을 동화처럼 엮은 작품이다. 이..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블루레이)

사람들의 인연에 천착했던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작품 '사양'에서 인연의 붉은 실을 이야기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발가락 끝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붉은 실을 달고 나온단다. 발가락에 매어 있는 그 실들을 따라가면 그 끝에 평생 만나야 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다자이 오사무가 얘기하는 인연이다. '러브 액츄얼리'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각본을 쓰고 마이크 뉴웰 감독이 연출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년)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연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 친구들 결혼식에 네 차례나 참석하고 한 번의 장례식을 치르며 마주쳤던 사람 중에 진정한 인연을 만난다는 내용이다. 결국 영화는 반드시 만나야 할 인연은 어..

미스터 빈

1990년대 추석때 국내 TV 전파를 탄 뒤 너무나 유명해진 '미스터 빈'(Mr. Bean, 1990년) 시리즈는 가히 최고의 코미디물이다. 30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 14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천재 영국 배우 로완 앳킨슨의 1인 연기에 의존한다. 찰리 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변화 무쌍한 표정 연기는 절로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덕분에 이 작품은 영국 BBC 방송 사상 최고의 시청률인 60%를 기록했다. 로완 앳킨슨이 창조한 캐릭터 빈은 세계적으로 성공해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됐고, 장편 극영화로도 개봉했다. 그러나 극 영화는 TV 시리즈만큼 임팩트가 없어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국내에 새로 나온 DVD 박스세트는 오래전 미국에서 출시된 박스세트를 재탕한 것. 3장의 ..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로완 앳킨슨이 창조한 미스터 빈은 코미디 분야에서 손꼽을 만한 성공적인 캐릭터다. 1990~95년 영국 BBC에서 TV시리즈로 방영한 '미스터 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애니메이션과 영화 '빈'으로 재탄생했다. 스티브 벤디랙 감독이 만든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는 작품이다. 우연히 프랑스 여행상품권에 당첨된 빈이 말이 안통하는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각종 소동을 그렸다. 영화는 여정을 함께하는 소년과 단역 여배우가 동행하면서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띤다. 소년과 여자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키드' '라임라이트' 등 찰리 채플린의 작품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닌게 아니라 로완 앳킨슨의 코미디는 말보다는 행동과 표정으로 웃기는 무성 영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스크류볼보다는..

노팅힐 (CE)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가 감독을 하거나 대본을 쓴 영화들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든다. 그가 대본을 쓰고 로저 미첼(Roger Michell)이 감독한 '노팅힐'(Notting Hill, 1999년)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런 조그만 책방 주인 태커(휴 그랜트 Hugh Grant)가 세계적 톱스타인 여배우 스콧(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전형적 '신데렐라' 스토리이지만 대사나 이야기 진행 방식이 보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그만큼 설득력 있다는 얘기. 원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만큼은 감탄을 하며 봤다. 이야기, 배역, 영상, 음악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지난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