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처드 매터슨 2

나는 전설이다 (4K 블루레이)

익숙한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생경함 또한 또 다른 공포다.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에서 본 바닷가 모래밭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의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년)에서 그때의 생경한 공포를 다시 재현하고 있다. 잡초가 웃자란 뉴욕 5번가, 인적 없는 괴괴한 도시를 사슴떼가 질주하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사자가 사슴을 사냥한다. 지금의 모습과 너무 다른 뉴욕의 을씨년스럽고 괴괴한 풍경은 그 어떤 공포 소설 못지않은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내재된 또 다른 공포는 바로 보이지 않는 적이다. 어둠 속에 숨어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좀비가 된 인간들도 두려운 존재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좀비를 만드는 미세한 바이러스..

결투(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24세때인 1971년에 만든 '결투'(Duel, 1971년)는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걸작이다. 당시 무명이었던 그는 어느날 플레이보이지에 실린 리처드 매터슨의 단편소설을 보고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다. 그렇지만 이름없는 신인 감독에게 작품을 선뜻 맡길 제작사는 없다. 결국 그는 어렵게 유니버셜과 TV 영화용 작품계약을 맺었다. 제작비와 일정에 쫓기던 그는 12일만에 작품을 완성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빨리 만든 만큼 엉성할 줄 알았으나 너무나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 뒤 제작자들은 스필버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작품이 없었다면 스필버그는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필버그가 히치콕 감독에게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이 작품은 쫓고 쫓기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