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타 쿨리지 2

관계의 종말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 감독의 작품들은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 있다. 걸작 '관계의 종말'(Pat Garrett & Billy The Kid, 1973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서부극을 눈물 나도록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서정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다만 국내 제목을 누가 이렇게 바꿔 놓았는 지 모르겠지만, 황당한 제목이 작품의 진가를 가려 버렸다. 내용은 1850~80년대 실존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무법자 빌리 더 키드와 그를 사살한 보안관 팻 개럿의 숙명적인 대결을 다뤘다. 언제나 그렇듯 페킨파 감독은 죽음의 순간을 특유의 슬로 모션으로 다뤘다. 숨 막히는 긴장의 순간 폭발하듯 총격전이 벌어지고, 선명한 붉은 피를 뿌리며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느리게 묘사한 장면은 마치 한 편의..

007 옥토퍼시

13번째 007 시리즈 '옥토퍼시'(Octopussy, 1983년)는 액션과 첩보가 적절히 결합돼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만큼 볼거리와 액션이 많아 재미있고 이야기 진행도 흥미진진하다. 존 글렌(John Glen)이 감독한 이번 작품은 유럽에서 미군의 실수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위장해 미군을 철수하게 만든 뒤 전쟁을 일으키려는 구 소련의 미치광이 장군을 막는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의 활약을 다뤘다. 여기에 문어 문신을 갖고 있는 여성이 이끄는 집단이 가세하며 볼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개봉당시 007 역할을 은퇴한 숀 코네리가 다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번외작품 '네버세이 네버어게인'과 동시에 붙어 관심을 끌었는데 로저 무어의 '옥터퍼시'가 흥행과 비평에서 앞서며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