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마리안느 페이스풀 2

사랑해 파리

20명의 영화감독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유는 한가지, 사랑의 도시 파리를 찬미하기 위해서다. 면면들도 쟁쟁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파고'의 코엔 형제, '화양연화'를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등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구 가운데 한 곳을 골라서 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2006년)다. 개성강한 감독들이 모이다 보니 각 편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흡혈귀의 사랑부터 중년..

걸 온 더 브릿지

파트리스 르콩트(Patrice Leconte) 감독의 '걸 온 더 브릿지'(The Girl On The Bridge, 1999년)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음악 때문이다. 이 작품을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강렬한 흑백 영상과 함께 두고두고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한 곡의 노래였다. 남자(다니엘 오테유 Daniel Auteuil)가 여자(바네사 파라디 Vanessa Paradis)를 향해 칼을 던질 때마다 느릿느릿 끊어질 듯 흘러나오던 노래는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Who Will Take My Dreams Away'였다. 삶의 극한까지 몰려 자살을 꿈꾸다 과녁으로 나선 여자와 생존을 위해 불안과 긴장 속에 칼을 던지는 남자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한 노래는 영상과 잘 어우러져 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