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마릴린 먼로 10

버스정류장 (블루레이)

1956년 미국은 극단적 반공주의에 물든 매카시즘에 끝자락에 있었다. 온 미국을 거짓으로 가득 찬 빨갱이 사냥으로 벌벌 떨게 만든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1954년 자신의 보좌관인 로이 콘의 군복무 면제를 청탁한 것이 문제가 돼서 결국 상원에서 징계를 받아 몰락했고,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다가 1957년 사망했다. 그만큼 56년 미국은 극우적이고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했다. 여전히 여성보다는 남성의 인권이 우월했고 흑백인종 차별 분위기가 팽배했다. 조슈아 로건 감독의 '버스 정류장'(Bus Stop, 1956년)은 이런 사회분위기가 여실히 배어 있는 작품이다. 내용은 촌 동네에서 올라온 카우보이가 로데오 대회에 참가하면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구애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사랑은 말이 구애일..

토미

켄 러셀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 '토미'(Tommy, 1975년)는 영국의 유명 록 밴드 더 후의 동명 록 오페라앨범을 필름에 담은 작품이다. 더 후는 'My Generation' 'Pinball Wizard' 등의 히트곡으로 1960~70년대를 휩쓴 록 그룹이다. 그 중에서도 1969년 발표한 록 오페라 '토미'는 파괴적이고 역동적인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집약됐다. 더 후는 이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제의했으나 거절당하자 켄 러셀 감독에게 다시 의뢰했다. 이후 더 후는 가장 유명한 앨범 '후즈 넥스트'(1971년)를 발표하면서 거대한 콘크리트 직육면체(큐브릭)에 오줌을 갈기고 돌아서는 사진을 앨범 커버로 사용했다. 러셀 감독은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시끄럽고 그다지 친숙해지기 힘..

7년만의 외출 (블루레이)

마릴린 먼로하면 우선 떠오르는 모습이 밑에서 불어닥친 바람에 솟아오른 치마를 누르는 사진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사진은 바로 빌리 와일더 감독의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년)의 홍보 사진이다. 하지만 이 사진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영화를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치마가 날리며 먼로의 팬티가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을 촬영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 영화제작협회가 만든 검열방침인 헤이스코드 때문에 자진 삭제했다. 당시 헤이스코드는 5초 이상 키스를 하면 안되고, 침대에 앉아 키스를 나눌 때에는 반드시 한쪽 발이 바닥에 닿아 있어야 하는 등 지금보면 황당한 검열기준으로 당시 영화제작을 옥죄었다. 이것만 봐도 먼로가 활동하던 1..

티파니에서 아침을(블루레이)

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은 영화에서 보여준 패션 덕분에 '오드리 스타일'로 유명하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와 허리를 질끈 조인 긴 스커트를 선보인 '로마의 휴일'과 함께 그만의 또 다른 패션 스타일을 창조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 에드워즈(Blake Edwards)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on Tiffany's, 196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 작품인데도 그가 입고 나온 패션은 꽤 세련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키는 크지 않지만 촬영 당시 40kg도 채 안 되는 깡마른 몸매에 작은 가슴, 인형같이 커다란 눈 등 모델 같은 외모가 이 작품으로 유명해진 지방시(Givenchy)의 패션을 잘 소화해냈다. 그만큼 이 작품은 헵번을 위한 영화다. 그는 공..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블루레이)

월터 랭 감독의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There's No Buiseness Like Show Buisness, 1954년)는 1920~40년대 유행했던 미국의 보드빌쇼를 보여주는 뮤지컬 영화다. 보드빌쇼란 원래 풍자극을 의미했는데,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순회극단이 펼치는 가벼운 뮤지컬 형식의 버라이어티 쇼를 말한다. 주로 가족단위로 이뤄진 멤버들이 나와 춤과 노래, 연기를 곁들이며 흥겨움을 선사했다. 이 영화도 극중 도나휴 가족이 미국 전역을 떠돌며 순회극을 펼치는 내용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사랑과 오해가 엇갈리며 가족이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중요성 등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단순하고 춤과 노래는 '7인의 신부' '스타탄생' 등 그 해 나온 다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