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마이크 마이어스 5

슈렉3 (블루레이)

크리스 밀러와 라맨 허 공동 감독의 '슈렉3'(Shrek The Third, 2007년)는 망작이다. 허를 찌르는 패러디와 반전의 묘미로 사람들을 웃기고 감탄하게 했던 슈렉시리즈의 재미와 신선도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패러디 형식을 빌린 개그 애니메이션의 원조 시리즈이지만 1편과 2편을 통해 보여줄 만큼 보여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평범한 스토리에 의존한다. 왕궁 생활에 싫증난 슈렉이 왕의 죽음으로 왕위를 이을 사촌을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여기에 왕위를 노린 차밍 왕자가 슈렉 일당과 대결을 벌이면서 이야기는 예측 가능한 뻔한 모험담으로 흐른다. 패러디와 웃음 또한 아더왕의 전설을 비롯해 킹콩 등 다른 작품을 차용하는 식으로 안전하게 넘어간다. 그마나 눈길을 끈 것은 백설공..

슈렉 포에버 (블루레이)

'슈렉' 시리즈가 나온 지 어느 덧 10년이 됐다. 2001년 못난이 초록색 괴물이 등장해 큰 웃음을 선사한 지 근 10년 만에 등장한 마이크 미첼 감독의 '슈렉 포에버'(Shrek Forever After, 2010년)는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못난이 괴물이 못난이 공주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중 못된 마법사의 꾐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모험을 벌이게 되는 내용이다. 전작들이 기존의 상식을 비틀고 뒤집는 패러디와 반전에 의존했다면 이번 작품은 전혀 다른 권선징악의 단선적 구도를 채택했다. 사실 패러디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길어지면 불리하다. '못말리는...' 시리즈처럼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 그런 점에서 제작진의 선택은 영리하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진부해 보일 수 있지만 기존 시리즈..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탐미적인 폭력을 즐긴다. 유희하듯, 때로는 공들여 도자기를 빚듯이 그가 만들어 내는 폭력은 잔혹하면서 미적인 감각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속 거친 폭력 장면들은 영화를 위한 액세서리처럼 빛난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도 예외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가상의 미군 특공대가 말 그대로 나치 사냥을 하는 얘기다. 야구방망이로 죽을때까지 사람을 두드려패고, 인디언처럼 시체의 머리가죽을 벗겨낸다. 폭력 앞에서는 나치만 사악하고 잔인한 것이 아니다. 전쟁통에 휩쓸린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미군이나 독일군이나 더 할 수 없이 잔혹하고 위악적이다. 인간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폭력의 맨 얼굴을 솔직하게 바라본 점이 바로 이 영화의 특징이자 타란티노식 미덕이다. 그렇다고 이 ..

영화 2009.11.01

오스틴파워 골드멤버

마이크 마이어스(Mike Myers)가 제작 및 주연, 각본을 담당하고 '미트 페어런츠'의 제이 로치 감독(Jay Roach)이 메가폰을 잡은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Austin Powers in Goldmember, 2002년)는 007을 풍자한 오스틴 파워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아예 제목까지 007 시리즈 '골드핑거'를 풍자한 '골드멤버'로 지어서 개봉 전 007 제작사 MGM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는 '반지의 제왕 1탄' 개봉 때 MGM의 007 시리즈 '어나더데이' 예고편을 틀어주는 조건으로 극적 합의해 소송을 피했다는 후문. 개인적으로 도대체 이런 영화를 왜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재미없다. 이해할 수 없는 미국식 농담과 지저분..

슈렉

녹색 괴물이 주인공인 기상천외한 애니메이션 '슈렉'(Shrek, 2001년). 앤드류 아담슨(Andrew Adamson)과 빅키 젠슨(Vicky Jenson)이 공동 감독한 이 작품은 기발한 패러디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해 디즈니 꼬집기였다. 디즈니에서 쫓겨나 드림웍스를 만든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는 한풀이하듯 이 작품에서 디즈니 작품들을 흠씬 두들겼다. 백설공주는 관짝에 실려 슈렉의 식탁에 올랐고, 피노키오는 헐 값에 팔리는 존재가 됐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서로 뺨을 때리며 싸우고 팅커벨은 병에 갇히니 이런 난리가 없다. 심지어 디즈니랜드마저 탐욕스러운 군주의 소굴로 전락해 조롱을 당했다. 어쨌거나 이 같은 디즈니 비틀기가 관객에게 먹혀 흥행에 크게 성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