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마이클 세레신 2

스텝 업 (블루레이)

숱한 댄스 영화들이 나왔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며 이어진 작품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스텝 업'(Step Up, 2006년)은 나름 성공한 작품이다. 2006년부터 20014년까지 5편의 시리즈가 이어졌는데 그 중에서 앤 플레쳐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시리즈의 효시가 됐다. 내용은 지극히 도식적이다. 청춘 남녀가 춤을 매개로 사랑을 하고 그들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로 '플래쉬댄스' 식이다. 여기에 약간 반항기 있는 삐딱한 청년이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도 계몽영화식 청춘물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뻔한 내용을 지탱한 것은 화려한 안무다. 아무래도 댄스 영화의 주인공은 춤인데, 앤 플레쳐 감독이 안무가이다보니 춤 장면에서 묘미와 매력을 잘 끌어 냈다. 그는 극 중 안무에도 직접 참..

안젤라스 애쉬스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중반, 토굴에 살던 아이들이 있었다. 머나먼 산골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그것도 강동으로 분류되는 곳 얘기다. 믿기 힘든 얘기일 수 있지만 지금의 서울중앙병원 자리에 높다란 언덕이 있었고, 그 경사면에 굴을 파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두침침한 입구를 구부리고 내려 가면 흙바닥에 무언가 깔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같은 반 친구를 따라 가봤던 그들의 모습은 어린 마음에도 충격이었다. 하도 강렬해 몇 십년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이 또렷이 기억나고, 아직도 코 끝에선 진한 흙냄새가 나는 것 같다. 코흘리개 시절이라 집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당시로서는 왜 그렇게 사는 지 의아했다. 그러니 맨날 웃통을 벗고 거의 반벌거숭이에 맨발로 다니던 아이의 모습이 생경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