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마크 포스터 5

007 퀀텀 오브 솔러스(4K 블루레이)

007 시리즈 22번째 작품인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 2008년)는 전작인 '카지노 로얄'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전작에서 죽은 애인 베스퍼의 복수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007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그만큼 전작을 알면 이해하기 쉽겠지만, 보지 않았어도 줄거리를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다. 이 작품 역시 이국적인 풍경, 아름다운 여인, 요란한 액션 등 007 특유의 상징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전작에서 성공한 007로 자리매김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번에도 육감적인 액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전작 만큼의 신선한 충격은 없다. 아무래도 마크 포스터 감독이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강한 측면이 있기 때문. 육상, 해상, 공중을 오가며 벌이는 추격전이 긴장감 넘치지만 스파이의 고뇌..

월드워Z (블루레이)

인간이 갖고 있는 무한성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을 함께 내포한 것이 좀비물이다. 죽어도 죽지 않고 되살아난 시체인 좀비는 사람들이 고대부터 꿈꾼 영생에 대한 동경과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주는 공포가 함께 내재돼 있다. 그래서 좀비물은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인간과 좀비간에 끝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되풀이되며, 소수의 생존자에게 무리지어 덤비는 좀비를 통해 수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크 포스터 감독의 '월드워Z'(World War Z, 2013년)도 마찬가지. 어느날 영문을 알 수 없는 병에 감염된 인간들이 좀비로 변해 사람들을 물어 뜯으면서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공황에 빠져든다. 인류 멸망의 위기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이 대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내용..

007 퀀텀 오브 솔러스

22번째 007 시리즈인 '퀀텀 오브 솔러스'의 테마는 복수다. 전편에서 007이 사랑한 여인 베스퍼를 죽인 악당들에게 복수를 하는게 주 내용이다. 그만큼 전편인 '카지노 로얄'을 보지못했다면 내용이 뜬금없고 이야기 진행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는 방향성을 잃은게 아니라 제목이 말해주듯 조그만 위안이라도 얻기 위한 007의 분노의 표출이다. 역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액션은 험악한 인상답게 더없이 투박하다. 몸을 내던져 건물을 건너 뛰고 적과 뒤엉키는 장면을 보면 절로 몸이 움찔거린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역대 007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원조라는 상징성 때문에 빛난 숀 코네리, 플레이보이 스타일의 로저 무어, 숀 코네리와 로저 무어의 스타일이 적당히 섞인 ..

영화 2008.11.09

연을 쫓는 아이

마크 포스터 감독의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 2007년)는 참으로 감동적인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고 자란 할리드 호세이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두 친구의 삶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아미르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핫산과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고 나서 헤어진다. 이후 아미르는 구 소련 군의 침공으로 아프간을 떠나 미국에서 작가로 성공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핫산의 소식을 듣고 탈레반에 의해 죽음의 땅이 돼버린 고향에 돌아가 우여곡절 끝에 핫산 대신 그의 아들을 데려온다. 정작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난 작가가 쓴 작품이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편견과 미국 예찬론이 은연중에 배어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인생 여정은 그 자..

스테이

마크 포스터 감독의 '스테이'(2005년)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이야기에 온통 몽환적인 영상들로 가득하다. 특히 사선으로 기울어진 구도와 물 흐르듯 흩어지는 영상들은 마치 에드가 프로에제의 음악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신비롭다. 그렇지만 '영화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에서 크게 어긋난 작품이어서 보는 내내 머리가 아프다. 내용은 자살을 예고한 청년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정신과 의사가 겪는 기이한 체험들을 다루고 있다. 도대체 어디가 현실이고 꿈인지 불분명하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을 좇는다는게 무의미한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흥행 실패는 당연한 작품. 그렇지만 로베르토 샤퍼가 촬영한 영상만큼은 일품이다. 이야기를 떠나 그림책처럼 영상만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