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멜 페러 2

전쟁과 평화 (블루레이)

'자이언트'처럼 원작소설보다 더 잘만든 영화가 있는 반면, 원작소설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화도 있다. 킹 비더 감독의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1956년)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레프 톨스토이가 1864~1869년에 쓴 이 장편소설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때 휘말린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만 600명이 넘는 대작인 만큼 내용이 워낙 방대해 쉽게 줄이기 힘든 작품인데 영화는 이를 약 3시간 20분 분량으로 압축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 전개를 쫓아가기에 급급해 정작 톨스토이가 강조한 메시지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원작의 중요한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룬 삶에 대한 자세다. 귀족의 명예를 중시해 고귀하게 사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안드레이 공작이 전쟁을 겪..

어두워질 때까지

007 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스 영 감독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15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뒤 20대인 제 2 차 세계대전때 전차부대 전차장으로 참전했다. 당시 그는 영화 '머나먼 다리'로 유명한 마켓가든 작전에 참가해 네델란드 아른헴에서 싸웠다. 종전 후 1945년 영화감독을 준비하던 그는 은퇴한 영국군 장교와 부상병들을 위한 자선단체에서 우연히 16세 소녀를 소개 받았다. 전쟁이 끝나 아른헴의 집에 돌아와 어머니를 따라 자선단체에 들렸던 소녀는 바로 오드리 헵번이었다. 헵번의 어머니는 테렌스 영이 아른헴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제작자에게 딸의 출연을 부탁했으나, 제작자는 발레를 배우는 어린 소녀를 출연시킬 수 없다며 거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