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에 지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볼 만한 영화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2007년)이다. 한적한 섬에 휴가를 온 여인이 언뜻보면 괴짜같은 마을 사람들과 조용히 동화돼 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가만히 앉아 명상에 잠기듯,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멀거니 창 밖을 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이를 '젖어들기'라는 대사로 표현했다. 주변 환경에 젖어들고, 사람들에 젖어들어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평온함을 말한다. 그만큼 영화는 와르르 쏟아지는 웃음이나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너무도 무심하게 흐른다. 다행히 코드가 맞다면 이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주는 일상성이 오히려 생경하듯 뜨악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