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무협 3

백발마녀전(블루레이)

우인태 감독의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년)은 과거 홍콩 영화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 있을 때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보고 반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당시 홍콩 영화라면 의례히 떠올리는 누아르나 무협, 황당한 코미디가 아닌 판타지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무협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협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무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로맨스를 거들기 위한 양념에 가깝다. 우인태 감독도 이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내용은 명나라 말기에 유명 무술 일파인 무당파의 후계자 탁일항(장국영)이 밀교에서 암살자처럼 키운 연예상(임청하)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배신하지 않..

영웅(감독판 블루레이)

중국이 우리의 발해성벽까지 만리장성의 연장이라고 역사를 왜곡하는 장성공정을 벌여 공분을 자아낸다. 진의 시황제가 북방 오랑캐를 막기 위해 쌓은 만리장성을 처음 가봤을 때 사진이나 TV에서 본 것과 달리 얕으막한 높이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가까이 보면 실망스런 이 건축물이 멀리 떨어져보면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장대하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2002년)은 만리장성 같은 작품이다. 장 감독의 첫 액션영화인 이 작품은 단순 무협물로 보이지만 한걸음 떨어져보면 중국 역사를 꿰뚫는 기본적 흐름과 사상이 녹아 있다. 조각난 중국 대륙을 통일하려고 주변국을 침략한 진시황제를 암살하기 위해 네 명의 무사들이 주도 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시황제에게 짓밟힌 조국을 대신해 뭉친 이들의 계획은 뜻밖에도 내부에서 ..

무협 (블루레이)

진가신 감독은 액션영화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첨밀밀' '금지옥엽' 등 로맨스물을 주로 만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명장'과 '무협'(2011년) 등 그가 만든 두 편의 액션영화 때문이다. 나름대로 공을 들이긴 했는데 액션영화, 특히 중국 무술영화로서 항상 2% 부족하다. 드라마도 아니고 액션물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끝난다는 느낌이다. 우선 드라마투르기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 주인공을 연기한 견자단이 산골마을까지 쫓겨온 사연을 대충 대사로 넘기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도대체 견자단과 왕우가 연기한 72파의 관계를 100% 이해하기엔 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하다. 단순 이탈이 허용안되는 조직이어서 그런지, 주인공만 지닌 특별한 사연인 지 모르겠지만 익명으로 숨어 있다가 72파와 대결을 벌이고 모든 것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