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문근영 3

사도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한(恨)과 정(情)이다. 원망과 분노가 응어리진 것이 한이라면 끈끈한 정서적 유대와 따뜻한 인간애가 버무려진 것이 곧 정이다. 우리네 민족 정서이기도 한 한과 정은 그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 관계 속에 곧잘 표출된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 일행이 빚는 갈등과 '님은 먼 곳에'에서 시어머니 구박 속에 버티던 며느리가 남남 같은 남편을 찾아 월남으로 떠난 것도 기실 따져 보면 한과 정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에서 매니저와 한물 간 스타의 관계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에 내놓은 '사도'(2015년)도 마찬가지다. 비정한 아비가 된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해 끈끈하게 그려낸..

영화 2015.09.26

장화,홍련 (블루레이)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년)은 참으로 묘한 영화다.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탐미적인 아름다움이 곳곳에 도사린 작품이다. 제목은 계모에게 구박받는 장화 홍련의 전래 설화를 연상케 하지만, 모티브만 빌려 왔을 뿐 내용은 설화와 다르다. 뒤틀린 가족관계가 가져오는 긴장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사건의 윤곽을 모호하게 처리해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그만큼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의 분위기를 지녔으며서도 엄마 잃은 자매의 슬픔을 간직한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아름다운 미술이다. 인물의 의상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배경의 강렬한 색감과 꽃무늬 벽지와 가구의 배치 등이 하나의 정물화를 보는 것처럼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극단적 콘트라스트를 추구해..

댄서의 순정

박영훈 감독의 '댄서의 순정'(2005년)은 두 번 놀라게 만든 작품이다. 하나는 214만 명의 관객이 들어 '말아톤', '마파도' 등과 함께 상반기 빅 히트작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토록 엉성한 내용의 영화가 히트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문근영의 힘 때문이라는 게 대세였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곳곳에 '어린 신부'의 이미지가 중첩됐다. 줄거리보다 문근영의 스타성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예쁘게 나오도록 만들기 위해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하나는 박영훈 감독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는 두 번째 작품 '댄서의 순정'을 만들기 전에 이병헌, 이미연이 나온 '중독'으로 데뷔했다. '중독'은 일본 영화 '비밀'과 비슷한 소재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비밀'보다 한 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