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이케 다카시 4

13인의 자객 (무삭제 확장판,블루레이)

배를 가르는 할복이나 무조건 적을 향해 칼을 움켜쥐고 달려드는 사무라이 영화는 일본식 광기를 느끼게 한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13인의 자객'(2010년)도 마찬가지. 학정을 일삼는 영주를 타도하기 위해 모인 13명의 무사가 수많은 적들을 해치우는 내용은 오래 전 영화 '7인의 사무라이'나 떠돌이 검객을 다룬 '요짐보' '아들을 동반한 무사'를 떠올리게 한다. 1963년 영화를 새로 만든 만큼 볼거리를 대폭 늘린 점이 특징. 특히 싸움 장면에 볼거리가 집중됐다. 무려 50분 가까운 시간을 칼싸움에 할애했다. 피가 튀고 신체가 잘리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해 요란한 폭발과 불 맞은 소까지 등장한다. '이치 더 킬러' '비지터 큐'처럼 눈살이 찌푸려지는 하드고어류를 잘 만드는 괴팍한 다카시..

크로우즈 제로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일본 만화 '크로우즈'는 1991년부터 8년 동안 일본 만화잡지에 연재되며 누적 발행부수가 3,200만 부에 이를 정도로 큰 히트를 친 작품이다. 타카하시 히로시가 그린 이 만화는 고교 깡패들의 패싸움을 다뤘다. 영화 '크로우즈 제로'는 원작을 토대로 만들었지만 원작의 배경보다 1년 전 이야기를 설정해 만들었다. 감독은 유명한 미이케 다카시. 미이케 다카시는 갱들의 폭력적인 삶을 잘 다루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흑사회' 시리즈를 비롯해 '비지터큐' '이치 더 킬러' 등은 잔혹 영상의 극치를 달린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원작에 없는 여고생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유머코드를 곳곳에 삽입해 최대한 원작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다카시 감독의 폭력적인 영상을 기..

용이 간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용이 간다'(2007년)는 한 편의 화끈한 비디오 게임 같은 영화다.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의 원작은 PS2 게임으로 유명한 '용과 같이'다. 영화는 게임처럼 내용보다는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특별한 줄거리나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주인공의 요란한 액션이 특징인 작품. 이야기는 등장인물들 만큼이나 황당하다. 사라진 조직의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인물들의 충돌을 파편처럼 엮어 놓았다. 인물들의 과장된 행동과 이야기는 절로 황당한 웃음을 자아낸다. 정극이라는 시각보다 아무 생각없이 한 편의 게임을 눈으로 보고 즐긴다는 생각을 하고 보면 부담이 없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평범하다. 일본 영화 특유의 뿌연 느낌 때문에 색감이 탁하다. 윤곽선도 두터운..

쓰리 몬스터

'쓰리몬스터'(Three, Monster, Three...Extremes, 2004년)는 3개국 감독이 각각 40분짜리 공포물 3편을 제작해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우리나라에서 박찬욱,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三池崇史), 홍콩의 프루트 챈(陳果) 감독이 참여했다.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은 프루트 챈이 만든 '만두'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이지만 미를 추구하는 여심을 깔끔하고 단정한 영상으로 풀어냈다. 메시지 전달이 분명하고 내러티브 전개도 꼬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대를 모은 박찬욱 감독의 '컷'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들을 조여드는 긴장감은 괜찮았으나 범행 동기와 사건 해결 등이 다소 억지스럽다. 미이케 다카시의 '상자'는 비극적인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