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과 우울의 음유시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만든 '멜랑콜리아'(Melancholia, 2011년)는 제목 만큼이나 우울하고 암담한 영화다. 영화의 전반부는 우울증에 걸린 여주인공 커스틴 던스트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후반부는 지구를 덮치는 거대 행성의 이야기로 흘러 간다. 즉, 우울증에 걸린 여인과 지구 종말이라는 두 가지 암울한 요소가 만나 무겁게 가라앉는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여주인공처럼 심한 우울증을 앓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는 그의 개인적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감독은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거나 미화하려 들지 않는다. 어찌 세상이 즐겁고 희망 가득한 일 뿐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감독은 지구의 종말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제를 들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