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영훈 2

중독

같은 날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형제가 나란히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오래도록 혼수상태였던 두 사람 가운데 동생만 깨어난다. 그런데 몸은 동생인데, 생각과 행동은 형이다. 다른 사람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는 빙의 현상이다. 주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눈에 보이는 것을 부정하고, 다른 존재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그러나 시동생은 자연스럽게 형수를 아내처럼 대한다. 결국, 형수는 부부끼리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시동생을 남편의 현신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동생은 정말 빙의일까. 이쯤되면 사랑이 아니라 광기다. 박영훈 감독의 영화 '중독'(2002년)은 등골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사랑을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마음 속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갖기 위해 꾸미는 한..

댄서의 순정

박영훈 감독의 '댄서의 순정'(2005년)은 두 번 놀라게 만든 작품이다. 하나는 214만 명의 관객이 들어 '말아톤', '마파도' 등과 함께 상반기 빅 히트작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토록 엉성한 내용의 영화가 히트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문근영의 힘 때문이라는 게 대세였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곳곳에 '어린 신부'의 이미지가 중첩됐다. 줄거리보다 문근영의 스타성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예쁘게 나오도록 만들기 위해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하나는 박영훈 감독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는 두 번째 작품 '댄서의 순정'을 만들기 전에 이병헌, 이미연이 나온 '중독'으로 데뷔했다. '중독'은 일본 영화 '비밀'과 비슷한 소재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비밀'보다 한 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