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쥐 3

컨테이젼(블루레이)

홍콩 출장을 다녀온 미국 여인이 열이 나면서 기침을 한다. 결국 고열에 몸을 가누지 못한 여인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남편과 자식을 남겨둔 채 숨을 거두고 만다. 같은 시기 영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도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다. 어떤 사람은 버스 안에서 자는 듯 조용히 숨을 거두고 누구는 호텔 욕실 안에서, 누구는 길거리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최후를 맞는다. 사람들은 급속도로 세계를 휩쓰는 신종 플루 전염병에 속수무책이다. 병원에서는 치료는커녕 감염 원인조차 모른다. 급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보건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급기야 시카고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의 이동이 금지된다. 미국 대통령은..

박쥐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은 워낙 이색적인 소재를 좋아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이한 이야기보다는 좀 더 자극적이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판타지를 추구한다. '박쥐'(2010년)는 그런 그의 특성이 잘 묻어난 작품이다. 흡혈귀가 돼버린 성직자가 밤마다 피를 찾아 헤메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그 속에서 신의 용서를 갈구한다는 것도 특이하다. 하지만 감독의 특성에 부합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흡혈귀라는 이질적인 소재 만큼이나 거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나마 복수 3부작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정말 박 감독이 머리 속에서 그려낸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든 작품이다. 피를 갈구하는 성직자, 성적 욕망에 몸부림치는 유부녀, 한옥에서 즐기는 마작 등 이 ..

박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그런 작품이다. 박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공동경비구역 JSA' 등 전작들에서 보여준 연출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칸 영화제 진출 소식과 박 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짜임새 있는 화면 구성 등을 이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쓰리'도 그랬지만, 약간 비현실적인 판타지풍이 박 감독과 잘 안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철저한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성직자이면서 악마의 상징인 흡혈귀로 살아가는 남자와 성적 욕망에 몸부림치..

영화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