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철민 6

해적: 바다로 간 산적(블루레이)

이석훈 감독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은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활극이다. 내용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중국 명으로부터 옥새를 받아오던 중 고래가 이를 삼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감독은 실제 조선의 국새가 태종때까지 10년 동안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초는 사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완전 허구다. 고래를 만나 난파한 배에서 사라진 옥새를 하필 고래가 삼키는 바람에 이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이 총출동한다. 김남길 손예진 이경영 유해진 김원해 오달수 신정근 김태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한바탕 웃음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왁자지껄한 슬랩스틱 코미디식의 웃음을 겨냥하고 있다. 산적들의 어수룩한 강도질이나 상어와의 싸움 등은 만화적..

후궁 제왕의 첩(블루레이)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2012년)은 내용보다 야한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여정이 연기한 후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정사 장면이 제법 수위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떤 청년과 사랑에 빠진 여인이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생이별한 뒤 내시가 된 헤어진 연인을 만나 겪게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절대 권력자인 왕과 그 뒤에서 배후 실세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대비 등이 얽히면서 치정극과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이 함께 얽혀 돌아간다. 그런데 영화의 기본 맥락은 1968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내시'와 많이 비슷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윤정희, 남궁원, 박노식, 허장강 등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명종과 뒤에서 수렴청정한 대비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사극이다. 내..

코리아

실제 있었던 스포츠 시합을 영화화 하는 것은 사실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일이다. 이기던 지던 승부를 향한 극적인 드라마가 절반은 완성돼 있기 때문. 나머지 절반은 과정의 간극을 메우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런 점에서 문현성 감독의 '코리아'는 이미 절반의 점수를 따고 시작했다. 1991년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한이 한 팀을 이뤄 결승까지 올라가 극적인 금메달을 땄으니, 그야말로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각종 수식어와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그 사실 만으로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남한의 탁구영웅 현정화와 북한이 낳은 세계적인 탁구선수 이분희가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과정에 남북한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우여곡절을 양념..

영화 2012.05.13

위험한 상견례 (블루레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지역감정은 해묵은 갈등이다. 김진영 감독은 이를 소재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2011년)를 만들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꽤 심각했다. 그래서 작품 속 배경도 1980년대 말이다. 전라도 총각이 경상도 아가씨를 만나 지역감정의 골을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 여기에 두 사돈은 과거 고교시절 얽힌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영락없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걸죽한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비벼서 한바탕 요절복통 코미디로 만들었다. 뻔한 줄거리이지만 이것저것 웃음을 주는 요소가 많기에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 송새벽, 이시영 등 두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백윤식 김수미 김응수 박철민 김정난 ..

시라노 연애조작단

어려서 TV에서 본 흑백영화 '시라노'는 참으로 슬픈 영화였다. 1950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우스꽝스럽게 코가 큰 검객 시라노가 다른 사람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이야기다. 하필 연애 편지의 대상은 시라노가 사랑하는 여인. 못난 외모 때문에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시라노의 대필 덕분에 남자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시라노는 끝까지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면서 시라노와 함께 참전한 남자가 죽고 만다. 시라노도 중상을 입었지만 남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사랑하는 옛 여인을 찾아간다. 그제사 여인은 뒤늦게 편지의 주인공이 시라노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시라노는 숨을 거두고 만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가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로 다시 ..

영화 201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