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박해준 3

독전(4K 블루레이)

배우 김주혁의 유작으로 알려진 이해영 감독의 '독전'(2018년)은 2013년 두기봉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마약전쟁'이 원작이다. 하지만 경찰이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마약상과 손잡는 기본 설정만 같을 뿐 내용 전개는 다르다. 이 작품은 이름과 얼굴 등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아 유령으로 통하는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을 쫓는 경찰(조진웅)의 얘기다. '이선생'으로만 알려진 두목을 잡기 위해 경찰은 밀매 조직의 말단 중개상(류준열)과 손잡고 복잡한 위장 수사를 펼친다. 문제는 마약 밀매 조직조차 이선생의 정체를 몰라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중국의 거대 마약상(김주혁)까지 개입하면서 잔인하고 복잡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결정적으로 '중개상의 도그마'에 빠져 있다. 위장 수사를..

악질경찰(블루레이)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에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와 그에 걸맞는 깔끔한 연출, 현란한 액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그가 직접 쓰고 각색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출이 돋보였다. 덕분에 그가 연출한 '악질경찰'(2018년)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용은 부패한 형사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목숨을 건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다. 주인공 조필호(이선균) 형사는 조폭이 짓는 건물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를 터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많고 많은 곳을 놔두고 솜씨좋은 도둑을 동원해 터는 곳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라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설정이다. 더 많은 돈이 나올 곳도 많은데 제일 위험천만한 곳을 노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4등(블루레이)

한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그만큼 1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문구이지만 1등에 무섭도록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2등도 그럴진대, 하물며 4등은 말할 필요도 없다.특히 등수가 곧 미래요, 운명인 운동선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2015년)은 제목 그대로 4등이 최고 등수인 어린 수영선수의 이야기다.초등학교 5학년생인 주인공 준호(유재상)는 열심히 수영 연습을 하지만 대회 성적이 늘 4등에 머문다. 수영에 소질이 있고 곧잘 하는데도 성적이 늘지 않자 엄마는 잘 가르치는 코치를 수소문해 아이를 맡긴다.한때 한국 기록을 수시로 갈아치울 만큼 주목받는 국가대표였던 수영코치 광수(박해준)는 국가대표 감독의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