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 2

타임 투 리브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작품들은 범상치 않은 독특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파격적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시청각적 충격을 더한다. 그런데 '타임 투 리브'(Le Temps Qui Reste, 2005년)는 다르다. 마치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듯 이 작품은 죽음에 천착한다. 사진작가인 로맹(멜빌 푸포)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날들을 조용히 정리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오종 감독 답게 결코 범상치 않다. 사랑하지만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게이 연인과 결별을 하고, 간절히 아기를 원하지만 남편의 무정자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부에게 아기를 선물한다. 우리네 문화로 보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지만 오종 감독은 이를 담담..

5X2

사랑이 찾아오는데 이유가 없다면 이별 또한 마찬가지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5X2'(Five Times Two, 2004년)는 사랑과 이별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즉, 부부의 이별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인연의 시작으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같은 방식은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끝까지 보게 만든다. 프랑소와 오종의 작품들이 늘 그렇듯 이번 작품 역시 범상치 않다. 우연히 바닷가에서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두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사랑이 식어 조용히 멀어져간다. 밀물처럼 밀려온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진 것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랑은 이혼으로 막을 내린다. 프랑소와 오종은 심드렁한 일상을 탐미적인 카메라와 빈 공간을 끈끈하게 채우는 음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