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방은진 2

수취인불명 (블루레이)

'수취인불명'(2001년)은 김기덕 감독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빈 집' '섬' '악어' '나쁜 남자' 등 김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개인의 내면 세계를 깊게 파고든 반면 '수취인불명'은 분단국가의 일그러진 사회상을 개인의 삶에 투영했다. 그 바람에 영화는 다른 작품들보다 무겁고 우울하며 온통 회색빛이다. 제목인 수취인불명은 흑인 혼혈인 창국(양동근)의 엄마(방은진)가 창국 아버지인 미군에게 날마다 편지를 보내지만 늘 수취인불명으로 돌아오는데서 유래했다. 아울러 어느 쪽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불안한 등장인물들의 삶을 암시하기도 한다. 혼혈인 창국, 한쪽 눈을 다친 은옥, 주한 미군으로 파견됐으나 왜 미국도 아닌 남의 땅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하는 지 의문을 느끼는 제임스 ..

오로라 공주

영화배우 방은진이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 '오로라 공주'(2005년)는 기대하지 않았으나 재미있게 본 수작 영화다.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엄정화가 주연했기 때문. '싱글즈'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두 편을 제외하고 출연한 작품들에서 보여준 연기가 판에 박은 듯 똑같고 그저 그랬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두 편을 제외하고 그의 역할이 비중 있게 드러난 작품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선입견을 깰 만큼 엄정화의 변신이 훌륭했다. 아울러 작품 자체도 아동 성추행에 대한 경각심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범인에 대한 엄마의 증오와 복수심을 아주 극적으로 잘 전달했다. 그만큼 대본의 구성이 탄탄했고 긴장을 늦추지 않은 감독의 연출 솜씨도 대단했다. 데뷔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영화판에 오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