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뜬금없는 서사가 시작된 작품이 바로 '강원도의 힘'(1998년)이다. 그의 두 번째 연출작인 이 작품은 전작과 달리 확연하게 달라진 내용과 구성을 갖고 있다. 이전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비교적 누구나 알기 쉬운 내러티브와 극적 전개와 긴장이라는 드라마적 구성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의 힘'은 이 같은 영화적 형식을 깨트렸다.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세 여자가 겪는 일과 유부남 시간 강사가 겪는 일은 서로 동떨어져 있는 별개의 사건이면서도 어느 순간 인연의 합일점을 찾는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간과 장소가 다르게 전개된 내용이 어느 순간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 완결성을 갖는 구조다.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이 여행을 다녀온 장소가 강원도라는 점. 그 곳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