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브라질 7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4K 블루레이)

'분노의 질주'는 언제나 시원한 속도감으로 승부를 보는 영화다. 튜닝을 거친 각종 자동차들이 등장해 스피드를 겨루는 이 시리즈는 그만큼 남성들을 위한 영화다. 저스틴 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5번째 시리즈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는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의 종합판이다. 전작들에 나온 등장인물들이 한 팀이 돼서 브라질 갱단 두목의 돈을 터는 내용. 그만큼 속도와 파워도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거대한 10톤짜리 무쇠 금고를 닷지 차저 2대로 끌고 도로를 질주하며 마치 철퇴처럼 휘둘러 추격자를 격퇴하는 장면은 황당하기는 하지만 한 편의 비디오게임처럼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유명 프로레슬러였던 '더 록'이 가세해 빈 디젤과 격투를 벌이며 마초들의 근육 대결을 보여준다. 여전히 속도감은 압권이며 업그..

시티 오브 갓: 블루레이

브라질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만든 '시티 오브 갓'(City Of God, 2002년)은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한 영화다. 파울로 린스의 자전적 실화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놀랍게도 1970년대 브라질 빈민가를 주름잡은 10대 갱단 두목의 이야기를 담았다. 급격한 도시개발이 진행되던 1960년대말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 자네이루 근교에 난개발로 쫓겨난 빈민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생긴다. 바로 시티 오브 갓이다.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처참하다 못해 황당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의 10대들은 어려서부터 범죄를 생활로 받아들인다. 채 10살이 될까말까한 어린아이들도 손에 총을 들고 다니고 웃으며 살인을 한다. 이들의 꿈은 마약판매조직에서 일하는 것. 물론 어려서부..

인크레더블 헐크 (4K 블루레이)

세상살이 쉽지 않다. 특히 팍팍한 삶 속에 부조리로 가득찬 뉴스를 보노라면 공분을 느낄 때가 많다. 헐크는 그런 현대인의 마음이 빚어낸 괴물이다. 루이스 리테리어 감독의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2008년)는 헐크와 헐크보다 더 추악한 사람들의 욕심이 격돌하는 영화다. 형이상학적 이야기에 몰두했던 이안 감독의 전편과 달리 이 작품은 헐크의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본 설정은 스탠 리의 원작 만화 및 1970년대 TV 시리즈와 다를게 없지만 뻥튀기된 악당 덕분에 액션은 속도감있고 박력 넘친다. 악이 강할 수록 아드레날린 분출은 배가 된다는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영화다. 이야기만 놓고보면 전작보다 낫고, 배역도 잘 어울렸다. 청출어람, 1편을 능가한..

죽음의 안토니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의 영화계는 새로운 조류가 등장했다. 전후 피폐해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 같은 흐름은 프랑스의 누벨바그,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브라질의 시네마노부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나타났지만 비슷한 성격이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철저한 사실주의다. 서민들의 궁핍한 삶을 조망해 빈부 격차나 사회 문제 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사람들이 자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쿠바혁명에서 영향을 받은 브라질의 시네마 노부도 마찬가지다. 민중들이 영화를 통해 비참한 처지를 깨닫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글라우베 로샤 감독의 '죽음의 안토니오'(Antonio Das Mortes, 1969년)는 바로 시네마 노부의 대표적인 작품이..

와일드 오키드

잘만 킹 감독은 1980~90년대 비디오키드들에게 에로티시즘의 교과서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불법 복제한 해외 포르노물을 제외하고는 잘만 킹이나 비기스 루나, 틴토 브라스 등의 작품이 버젓이 비디오대여점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에로물이었다. 잘만 킹은 비디오시리즈인 '레드슈 다이어리' 이전에 만든 '나인 하프 위크' '투 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 세 작품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다. 이 중 '와일드 오키드'(Wild Orchid, 1990년)는 남녀 주연인 미키 루크와 캐리 오티스의 실제 정사 논란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내용은 '나인 하프 위크' '투 문 정션'과 비슷하다. 남자를 제대로 모르던 얌전한 여인이 욕망에 눈 뜨면서 희한한 체험을 하는 이야기다. 수동적이었던 여성이 적극적으로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