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빌리 와일더 3

7년만의 외출 (블루레이)

마릴린 먼로하면 우선 떠오르는 모습이 밑에서 불어닥친 바람에 솟아오른 치마를 누르는 사진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사진은 바로 빌리 와일더 감독의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년)의 홍보 사진이다. 하지만 이 사진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영화를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치마가 날리며 먼로의 팬티가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을 촬영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 영화제작협회가 만든 검열방침인 헤이스코드 때문에 자진 삭제했다. 당시 헤이스코드는 5초 이상 키스를 하면 안되고, 침대에 앉아 키스를 나눌 때에는 반드시 한쪽 발이 바닥에 닿아 있어야 하는 등 지금보면 황당한 검열기준으로 당시 영화제작을 옥죄었다. 이것만 봐도 먼로가 활동하던 1..

뜨거운 것이 좋아 (블루레이)

빌리 와일더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59년)은 무려 53년전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재미있다. 두 명의 악사가 갱단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뒤 쫓기면서 살아남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여성밴드에 들어가 벌이는 소동을 다뤘다. 스토리를 따라 흘러가며 엎치락 뒤치락 벌어지는 소동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크루볼 코미디인 이 작품은 2000년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코미디 100편 가운데 1위를 했다. 그만큼 각본까지 쓴 빌리 와일더 감독의 연출이 훌륭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인 존재는 마릴린 먼로다. 당시 먼로는 세 번째 남편인 극작가 아더 밀러와 결혼생활이 순탄치 못했다. 여기에 로렌스 올리비에와 촬영한 전작인 '왕자..

선셋 대로(SE)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이 만든 흑백영화 '선셋 대로'(Sunset Blvd, 1950년)는 참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걸작이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가 자기 망상에 사로잡혀 재기를 노리다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사건을 통해 비정한 할리우드의 내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작품이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웃음과 비극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를 끌어간 와일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다. 특히 왕년의 스타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무려 55년 전 작품인데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 새삼 할리우드의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