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사이공 3

영웅본색3 (블루레이)

서극 감독의 '영웅본색3'(1988년)는 여러모로 낯선 영화다. 전작들인 영웅본색 1,2와 너무 다른 이야기와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작들의 주인공 가운데 주윤발만 등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오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무대가 홍콩이 아니다. 일부 홍콩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베트남에서 벌어진다. 그것도 홍콩 갱 조직 내의 음모와 배신, 의리가 얽힌 전형적인 홍콩 느와르 스타일이 아닌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한 남자들의 순애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점이 기존 영웅본색 시리즈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줬고, 반면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색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의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은 제작을 맡은 서극이 직접 감독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2편 제작 때부터 의견..

연인 (블루레이)

1914년 베트남의 호치민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여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유했던 중국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16세였고, 중국 남성은 30대였다. 그 잊지 못할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품이 바로 '연인'이고, 이를 장 자크 아노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L'Amant, 1992년)로 만들었다. CF 감독 출신인 아노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살 떨리는 두 사람의 사랑을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카메라워크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으로 재현혔다. 가난한 어린 여인과 돈 많은 중국 청년의 연애는 단순 사랑 이야기를 뛰어넘어 당시 인도차이나에 흐르던 빈부 격차와 인종 문제까지 다뤘다. 여기에 어린 여인에 대한 집착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를 연상케 한다. 국내..

호치민 시티 - 응에안 빈시티 (베트남)

4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다녀 왔다. 베트남 호치민시티까지 인천국제공항서 비행기로 약 6시간 걸린다. 불편한 것은 대한항공의 경우 밤 비행기밖에 없다는 것. 인천서 뜨는 것은 저녁 7시40분, 호치민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밤 11시50분 비행기 뿐이다. 호치민시티는 월남이 패망하기 전까지 사이공으로 불리던 곳이다. 한때 월남의 수도였지만 패망이후 베트남의 수도는 옛 월맹지역이던 하노이로 바뀌었다. 탄 손 나트 국제공항을 나서는 순간 후끈하면서 끈적한 열기가 온 몸을 감쌌다. 섭씨 37도. 에어컨이 없으면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지만, 베트남에서는 양호한 기온이다. 한마디로 베트남은 인도 다음으로 갑갑한 곳이다. 덥고 습한 날씨, 무질서가 판치며 막무가내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힌다. 우리..

여행 200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