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산드라 블록 3

크래쉬 (블루레이, 감독판)

공포물이 주는 두려움은 미지의 존재, 즉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나와 다른 형태, 움직임, 소리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몰라서 방어기제처럼 공포가 작동해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종 차별도 공포물이나 다름없다. 모르는 것을 무서워하는 공포물처럼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배어 있다. 폴 히기스 감독의 '크래쉬'(Crash, 2004년)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를 공포영화처럼 섬뜩하게 다뤘다.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진 사건들이 결국은 미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들고, 이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제작 및 연출, 원안에 공동 각본까지 쓴 폴 히기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가 오랜 세월 인종..

그래비티 (블루레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년)는 SF영화라기 보다 공포영화에 가깝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두려움이 나온다. 우선 첫 째는 끝모를 적막한 공간이 주는 절대 고독의 두려움, 즉 영화적 스토리가 주는 두려움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는 역설적 공간이다. 가장 탁트인 드넓은 공간이면서도 주인공을 옴짝달쌀 못하게 옥죄는 감옥처럼 역설적 이중성을 띄고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127시간'의 등장인물처럼 절대 고독과 마주한다. 더불어 이 영화는 갈등 구조를 빚어내는 적(適)이 없다. 소리마저 삼켜 버리는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여주인공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 바로 자신이다. 절대 고독의 두려움 스스로 갖는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 수록 단단해져 희망의 ..

스피드 (블루레이)

얀 드봉 감독의 '스피드'(Speed, 1994년)가 개봉했을 때 인기는 국내외에서 대단했다. 워낙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시종일관 몰아치는 긴장감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영화 덕분에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이름을 알렸다. 키아누 리브스는 이전에도 여러 편의 히트작이 있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최고의 매력을 발휘하며 '매트릭스'로 인기가 이어졌다. 이 작품의 묘미는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죽음의 곡예를 제목 그대로 속도감있게 그린 점이다. 내용은 달리는 버스에 폭탄을 장착한 범인과 경찰의 대결을 다뤘다. 폭탄은 시속 50마일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터지게 돼 있어, 멈출 수도 없고 마냥 달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사건이 벌어지는 주된 공간은 버스, 엘리베이터 등..